여름부터 가을(6월~10월)에 피어나는 시계꽃은 신비롭다. 독특한 시계 모양의 꽃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지지만, 그 짧은 생명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꽃말은 '성스러운 사랑', '믿음', '고난', '모성애'이다. 꽃잎과 수술, 암술의 배열이 시계를 연상시켜 '시계꽃'이라 불린다. 이 꽃의 짧고도 강렬한 생명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바로 자연의 섭리, 곧 하늘의 시간에 순응하는 삶의 지혜이다.
현대 사회는 손목의 시계를 조종하듯, 우리의 시간도 마음껏 조절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빨리빨리'를 외친다. 월반과 지나친 선행 학습 등 인위적인 가속은 조급함과 불안을 심화시키고, 결국 번아웃, 관계의 소원함, 심리적 공허감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자연은 조급함을 허락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기다림이라는 시계에 따라 움직인다. 이 본연의 이치를 거스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잃게 된다.
작은 씨앗이 흙 속에서 눈을 뜨고, 여린 싹이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며, 마침내 눈부신 꽃잎을 펼치는 모든 순간은 오롯이 하늘의 시간에 따른다. 인간의 어떤 조바심도 이 성스러운 시간을 앞당길 수 없으며, 오히려 성장을 저해할 뿐이다. 인간이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 한들, 씨앗이 단숨에 꽃으로 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삶의 모든 순간은 이처럼 '기다림'이라는 자연의 은은한 리듬에 맞춰 흘러가는 것이다. 꽃이 빨리 자라라고 빛을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웃자라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처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모든 시도는 결국 헛된 노력과 실망으로 이어진다. 만손초가 5, 6년의 기다림 끝에 꽃망울을 피우고, 얼레지꽃은 씨앗에서 꽃이 피기까지 무려 6, 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거대한 산의 바위 표면에서 수십 년을 견뎌야 초록빛 이끼 꽃을 틔우는 모습까지, 이 모든 경이로운 탄생은 자연의 숨결, 곧 변치 않는 섭리가 빚어낸 시간의 예술이다. 이 숭고한 기다림 앞에서 우리의 조급함은 한낱 부질없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달걀이 부화할 때나 누에가 나방이 될 때, 인위적인 도움은 튼튼한 병아리와 나방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다. 화선지에 먹물이 스며들 듯, 빵이 효소 작용으로 서서히 부풀어 오르듯, 우리의 삶 또한 기다림과 여유라는 시간이 빚어낸 풍요로움 속에서 비로소 깊어진다. 일상, 소중한 관계, 그리움까지도 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서두르지 않을 때 더욱 향기롭게 무르익는다. 지금 해결되지 않을 문제도, 소원해진 관계의 틈도, 오래도록 가슴을 짓눌렀던 아픔과 상처도, 그리움과 슬픔도 모두 시간과 세월이라는 위대한 치유자의 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치유된다.
산불로 황폐해진 땅에 새싹이 돋고, 강물이 범람하여 모든 것을 쓸어가도 그 자리에는 다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난다. 이 모든 현상은 시간과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위대한 치유자이자 조화로운 설계자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인위적으로 나아가려 하기보다, 대자연의 품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잔잔한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봄이 오면 꽃을 피워내는 시계가 되고, 가을이면 다시 씨앗을 품어내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우리는 겸허해진다. 이 위대한 자연의 이치가 우리 삶에 닿아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자연은 우리에게 삶의 가장 깊은 지혜를 속삭여준다. 우리가 겸손하게, 조급함을 내려놓고 담담히 기다리며 살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꽃시계가 소리 없이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자연이 우리를 부르는 날이 오면, 우리는 기꺼이 순응하며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순간을 평온히 기다려야 한다. 자연의 시간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우리 자신을 그 흐름에 온전히 맡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인간의 덧없는 간섭을 넘어선, 오직 시간에 기댄 하늘의 섭리 안에서 비로소 가장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영원한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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