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가 막 올라오는 순간 이른 봄인 3월부터 5월까지 봄의 시작을 알리며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 우리에게 희망 에너지를 선사하는 꽃, 바로 민들레이다. 다년생 풀인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 '행복', '내 사랑 그대에게', '순정'과 같은 따뜻한 의미를 담고 있어, 그 작은 꽃잎 하나하나가 우리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2년 전 화분에 심은 민들레를 통해 이 작고 노란 꽃이 선사하는 삶의 경이로움과 깊은 위로를 경험했다. 마치 지상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노란 일출처럼, 민들레는 지친 이들과 미물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위안을 건네는 존재였다.
▲꽃대가 제법 키가 컸지요 2년 전 10월, 천변공원에서 산책 중 얻은 민들레 홀씨를 작은 화분에 심었다. 거실 창문틀에 처음 심었던 화분에서 몇 개를 좀 더 큰 화분에 옮겨 심었고 겨우내 베란다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이 작은 생명은 꿋꿋하게 버텨냈다. 그리고 작년 3월 초 5개월의 기다림 속에 꽃대가 올라온 후 열흘 만에 활짝 피어난 노란 민들레 꽃을 보는 순간, 노란 우주의 빛이 온몸을 반으로 가르며 전신을 감싸는 전율을 느꼈다. 작은 씨앗에서 시작해 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난 첫 꽃은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었으며 나만의 소중한 기적이었다. 두 번째 꽃에서는 첫 꽃만큼의 강렬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첫 꽃의 감동을 뒤로하고, 거실 창문틀에 있던 처음 심었던 작은 화분 민들레가 시들시들 거림에도 나는 잠시 민들레 곁을 비워야 했다. 일산 꽃 박람회에 참여하는 동안 화분은 보름 동안 관리를 받지 못했고, 돌아왔을 때 민들레는 새까맣게 타버려 큰 실망과 낙담에 빠졌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듯했다.
▲꽃핀 순간 그럼에도 다 죽은 민들레 옆에서 자라던 아주 작은 풀꽃들에 꾸준히 물을 주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민들레 뿌리 한켠에서 새로운 잎사귀가 돋아나는 놀라운 기적을 목격했다.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희망이 싹튼다는 것을, 이 작은 민들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 민들레는 무럭무럭 자라 8월에는 세 개의 꽃대를 올렸고, 나는 두 번째로 크고 깊은 벅참을 경험했다. ▲꽃대 목이 꺽이는 자연의 섭리 민들레는 1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다시 겨울을 나고 2025년 새로운 봄을 맞았다. 그러나 3월 초,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셨던 92세의 아버지께서 영원한 안식에 드셨다. 아버님의 장례를 마치고 슬픔에 잠겨 집으로 돌아왔을 때, 창가 화분에서는 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와 2~3일 전에 피었다 진 모습의 민들레가 나를 반겨 주었다. 나는 피었다 진 그 꽃이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환히 밝혀 준 따뜻한 노란 등불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노랗게 피어있는 한 송이 꽃은 슬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잘 살아가라는 하늘의 따뜻한 격려로 다가왔다. 하늘이 민들레를 통해 하늘소풍 가신 아버지와 나를 위로해 주는 듯한 그 순간, 나는 다시금 삶의 힘과 깊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매일 민들레와 교감하며 얻은 위안과 깨달음은 내가 삶의 고비들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씨앗에서 꽃을 피우고, 다시 250~300개에 달하는 홀씨를 촘촘히 맺는 기하학적 경이로운 과정을 보며 꽃의 세계가 곧 기적의 연속임을 깨달았다. 홀씨의 무게에 꽃대의 목이 꺾이고, 꼿꼿했던 꽃대가 땅으로 스러지는 모습을 보며 생명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자연의 순환이라는 삶의 섭리를 배웠다. 모든 것은 태어나고 소멸한다는 우주의 진리를 민들레를 통해 깨달으며 나는 더욱 겸허해졌다.
민들레는 지상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노란 일출이며, 어떤 조건 없이도 환하게 웃어주는 희망의 미소이자 백만 볼트의 에너지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직접 홀씨를 심고 관찰하며 작고 소박한 민들레가 선사하는 위로와 희망에 귀 기울여 보라. 분명 여러분의 지친 영혼에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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