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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모양을 품은 씨앗, 풍선초 [고홍곤의 야생화 에세이]

풍선초는 관계의 본질이 ‘함께함’임을 일깨워
팽팽히 부푸는 풍선집은 오해로 커지는 갈등의 모습 닮아
하트 씨앗은 갈등 속에도 남아 있는 따뜻한 마음을 상기시켜
해결의 핵심은 욕심을 내려놓고 나를 반쯤 접어, 상대를 이해하며 시간을 두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할 때 관계는 다시 평화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피울 것
고홍곤 야생화 사진작가 2025-08-11 16: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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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마음껏 부풀어 오를 풍선초 하트 씨앗


우리 주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뜻밖의 지혜를 전해주는 존재들이 있다. 풍선초가 바로 그러하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이 식물은 얇고 투명한 막으로 된 풍선집 속에 신비로운 씨앗을 품고 있다.

 

풍선초의 꽃말은 '함께하는 즐거움' 그리고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이다. 이 식물은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여름철에 작고 하얀 꽃이 핀다. 꽃이 진 자리에는 풍선처럼 부푼 주머니가 생기는데, 이 주머니 안에 바로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의 씨앗이 3개씩 들어 있다. 풍선초는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는 습성이 있어,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그 꽃말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한다.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한 녹색 풍선은 독특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우리 삶의 갈등과 닮아 있다. 서로 다른 마음이 부딪히고, 오해가 쌓이면서 점점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갈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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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풍선초 속삭여요. 괜찮아, 걱정하지마...


하지만 풍선초는 이 풍선집 안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그 안에 담긴 씨앗은 갈등의 순간에도 잃지 말아야 할 사랑의 마음을 담은 하트 모양이다. 풍선초의 꽃말이 '함께하는 즐거움'인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갈등의 순간에도 서로에게 품었던 따뜻한 마음을 되새기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 지혜는 나를 반쯤 접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자세로, 시간에 기대어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된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상대가 내 마음처럼 되어주기를 바라는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고 풍선초가 품은 하트 씨앗처럼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다.

 

꽃이 피고 씨앗이 여무는 과정처럼, 갈등 해결에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감정의 폭발을 막기 위해 잠시 멈춰 서서 시간에 기대어 바라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단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마음 대신, 사랑과 인내의 마음으로 바라볼 때, 갈등의 풍선은 터지지 않고 함께하는 즐거움이라는 꽃을 피워낼 수 있다. 풍선초는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화두를 마음에 간직하고,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그 팽팽했던 풍선이 터지고 난 자리에 새로운 관계의 싹이 돋아날 것이다. 결국 아름다운 관계는 언젠가 다시 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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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풍선이 주렁주렁,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기쁨들...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홍해리 시인의 '가을 들녘에 서서' 짧은 시는 마음속의 욕심과 미움을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할 때, 진정한 평화가 온다는 것을 말해준다. 갈등의 순간에도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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