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땡볕에도 삶의 꽃대를 곧게 세웠나니 내꿈, 포기 없지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의 문턱이다. 이맘때면 나의 작은 베란다에서 자라는 닭의장풀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닭의 벼슬을 닮은 푸른 꽃잎 때문에 이름 붙여진 이 꽃은 '그리운 사이의 사랑' 또는 '순간의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주로 7월부터 9월까지 피는데, 이른 새벽에 피었다가 해가 뜨거워지면 이내 꽃잎을 접어버리는 하루살이 꽃이기도 하다.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이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주는 푸른 쪽빛은 하늘빛처럼 마음속에 남아 평온함을 선물한다.
닭의장풀의 진짜 매력은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보인다. 송편처럼 생긴 포엽이 감싼 파란 꽃잎과 그 안에 자리한 노란 꽃술의 조화는 평범한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 푸른빛은 우리가 흔히 '쪽빛'이라 부르는, 맑으면서도 깊은 색이다. 이 색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때로는 그 빛깔로 내 마음을 물들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닭의장풀의 꽃잎에서 쪽빛 염료를 얻기도 한다. 나의 작은 베란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2월 중순이면 벌써 새싹을 틔워내며 한겨울 그렇게도 기다리던 새봄의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준다. 그 작은 새싹을 보며 나는 큰 힘을 얻는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지. 살아 있음이 곧 승리임을 이 작은 꽃이 가진 강인한 생명력은 놀랍다. 높은 산 중턱이나 가뭄에도 끄떡없이 자라며, 논밭에 너무 흔해서 농부들이 뿌리를 뽑아 던져 버려도 비가 오면 다시 싹을 틔울 정도로 끈질기다. 닭의장풀의 생명력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는 유유히 피어나는 이 꽃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거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닭의장풀처럼, 나 또한 강인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베란다 창가에서 피어난 닭의장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삶의 쉼표를 찍을 때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 직접 씨를 뿌려 꽃 한 송이를 가꾸고 다시 씨앗을 받는 일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섭리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이었던 것이다.
어릴 적 우리는 세상의 기대나 상처에 물들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영혼으로 존재했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짓눌려 '나를 위한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채, 그 순수한 영혼은 어쩌면 삶의 고난 속에서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 잠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혼은 단단한 껍질에 갇혀 있었다. 나는 한 송이 한 송이 꽃을 가꾸고 바라보며, 그 메마른 껍질을 깨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하늘의 쪽빛을 담은 닭의장풀이 고요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그 푸른 꽃잎은 말 없는 하늘의 편지가 되어,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응원과 위로의 따뜻한 말 한마디 큰 힘을 주지 올해도 변함없이 베란다에서 피어난 닭의장풀이 나에게 소중한 위안을 건넨다. 강한 생명력으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닭의 장풀처럼, 새롭게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도 이 작은 위로와 격려를 품고 굳건히 나아가려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우리 주변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내면의 힘을 얻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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