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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대신, 꽃 피는 소리에 놀라다 [고홍곤의 야생화 에세이]

“꽃 피는 소리에 담긴 삶의 울림
송성용 기자 2025-09-08 15:18:54

▲귀대고 들어요
봄의 심장이 저만치 오고 있음을

#덩굴 꽃마리

작고 여린 몸짓으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것은 덩굴꽃마리이다. 덩굴꽃마리는 2월이나 3월 초,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난다.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꽃말처럼, 쌀알같이 작고 앙증맞은 연한 하늘색 또는 흰색 꽃은 아직 차가운 겨울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설렘을 선사하는 존재이다. 덩굴이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는 습성처럼, 이 작은 꽃은 우리 마음에 스며들어 생명의 울림을 전한다. 마치 이런 감동적인 구절처럼 말이다.

 

"천둥치는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벼락치는 소리에도 놀라지 않았는데,

새봄 꽃 피는 소리에 놀라 식탁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다 떨어뜨렸다."

 

천둥과 벼락에도 흔들리지 않던 이가 얼마나 간절히 봄을 기다렸으면, 새싹이 돋고 꽃이 피어나는 작은 소리에 이토록 경건한 자세로 귀 기울였을까. 이 소리는 단지 꽃 피는 소리가 아니라, 무심히 지나치던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내면의 울림이다.

 

이처럼 때로는 소리가 없는 대자연의 모습에서 더 큰 울림을 만난다. 꽃 피는 소리뿐만 아니라 꽃 지는 소리처럼 유유히 흐르는 세월 속에 한 생명이 오고 가는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깊은 성찰에 이른다. 산맥이 이어지는 풍경에서 마음의 여유와 시간의 넉넉함을 얻고, 추운 겨울을 강인하게 이겨내는 뿌리의 소리를 통해 삶의 힘든 상황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내고 마침내 우리의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또한, 사람들이 뿌리는 선한 영향력이 커가는 소리, 임종을 앞둔 이들에게 수녀님들이 조용히 긋는 침묵의 성호처럼 말 한마디 없이도 깊은 사랑과 위로가 전해지는 소리도 있다. 이러한 따뜻함은 사회를 지탱하며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며 조건 없이 응원해주시던 분들은 존재만으로도, 때로는 생각만으로도 우리에게 힘이 된다. 하늘에 계시든 멀리 떨어져 있든, 이름만으로도 든든한 존재가 있다. 그 존재가 바로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자신을 응원하는 소리,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는 소리. 그 소리는 바로 우리 내면의 목소리다. 우리가 힘들 때, 과거의 아름답고 작은 승리의 기억들은 우리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그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우리가 겪어온 시간의 증명이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소리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오랜 작업 끝에 마침내 완성된 결과물을 보며 터져 나온 탄성과 같은 소리, 포기 직전 다시 한번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달리는 발소리. 이것이 바로 우리를 성장시키는 소리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단단해진다. 이 소리들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다. 지친 자아가 숲의 나무처럼 회복하는 소리는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나무는 비바람을 맞고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해를 거듭하며 나이테를 늘려간다. 마치 나무가 계절을 겪으며 나이테를 늘려가듯, 우리의 삶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이 모든 소리는 우리 내면의 나를 성찰하게 하는 깊은 울림이다. 이러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당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 그것은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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