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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붓꽃의 사색: 나는 어디로 가는가 [고홍곤의 야생화 에세이]

타래붓꽃이 준 자아성찰의 메세지
나비의 힘찬 날개짓에 나를 사랑하리라 깨달음 얻어
고홍곤 야생화 사진작가 2025-10-20 18:03:10

▲꽃은 묻는다, 너는 어디 별에서 와서 또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타래붓꽃


8년 전, 4월 초 청계산 등산로는 척박함 그 자체였다. 아직 겨울의 잔상이 가득한 길 위에서, 나는 홀로 피어난 타래붓꽃을 만났다. 타래붓꽃의 꽃말은 ‘미래를 위한 노력’이다. 메마른 대지 위에서 홀로 보랏빛 자태를 뽐내며 고고하게 피어 있는 그 모습은 나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언 땅을 녹이고 굳건히 선 그 작은 존재가 문득 나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 별에서 와서 또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나는 바쁜 도시 생활에 쫓겨 정작 자신은 버려둔 채 그저 속도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 그 질문은 나의 존재 근원을 흔드는 잔잔하지만 분명한 첫 울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주 전, 추석차 고향에 들러 전주 모악산 등반 후 내려오는 가을의 길목에서 노란 나비 한 마리를 만났다. 가을의 문턱에서 본 노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은 덧없음과 처연함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나비는 잠시도 힘찬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비록 덧없는 마지막 순간이 올지라도, 주어진 생명을 다하여 허공을 가르며 나아가는 그 강인한 모습은 나의 마음을 울렸다. 나는 그 작고 빛나는 생명력 앞에서 어떤 이유로든 더 이상 날갯짓을 멈추고 주저앉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나비의 유한함은 역설적으로 몸과 마음을 성전처럼 가꾸어 현재의 삶을 더욱 뜨겁게 살아내야 할 이유를 일깨워 주었다.

 

타래붓꽃과 나비와의 짧은 만남에서 얻은 성찰은 나의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깊은 계기가 되었다. 나는 오늘부터 남은 날들 중 이 순간이 가장 좋은 날이라는 마음으로 살기로 결심한다. 타래붓꽃이 나의 가슴에 속삭였던 것처럼, 이제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길 가에 피어난 작고 흔한 꽃들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고 코를 맞추는 멈춤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 행동은 단지 꽃을 바라보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곧 나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이자, 잊고 살았던 나 자신과의 소중한 대화이다. 나는 홀로 서기와 혼자 서기를 통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그동안 소홀했던 나 자신에게 더없이 따뜻하고 친절한 시간을 마련하여, 스스로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려 한다.

 

나는 이 깊은 사색과 성찰의 가을에, 마침내 꽃씨를 닮은 성숙한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이제까지 가족이나 타인과 사회의 기대를 위해 맺어왔던 꽃씨는 아쉬움이 남는 과거의 시간이다. 앞으로의 나는 온전히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며, 그동안 소홀했던 나 자신을 두 팔로 깊이 안아주고 사랑하는 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나를 누구보다 응원하고 격려하며, 새로운 설렘의 계절을 위해 나만을 위한 꽃씨를 단단하게 맺고 싶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묻는 깊은 질문 속에서, 마침내 나 자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아름다운 여정을 잔잔히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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