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핀 작은 풀꽃에서 느낀 저마다의 우주
작지만 아름다운 고마리 꽃을 보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느껴
고홍곤 야생화 사진작가2025-09-29 18:20:55
▲ 반지 반지 꽃반지, 어머니 손가락에 끼워 드리고 싶은 세상 가장 고운 꽃반지 ▲ 작은 연분홍 별을 달고, 물가에 숨어 보석처럼 피었네. 앙증맞은 그 모습은 마치, 수줍은 소녀의 맑은 눈빛같아ᆢ 가을의 문턱, 늦더위가 한풀 꺾인 개울가에 무리 지어 핀 고마리 꽃을 보았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연분홍빛 꽃잎들은 마치 세상의 모든 소란스러움으로부터 멀어진 듯 고요하다. 고마리는 8월에서 10월경 습지나 물가에 피어나는 한해살이풀이다. 꽃말은 '지혜' 또는 '깨달음'이다. 우리는 늘 화려하고 웅장한 것들에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그래서 길가에 핀 작은 풀꽃들은 그저 배경으로만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 꽃의 존재를 알면서도 성묘길에 무심히 지나치던 어느 날, 문득 그 작은 꽃송이 하나에 마음이 멈춰 섰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작은 꽃송이 하나하나에는 저마다의 우주가 품겨 있다.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오신 세월이 비켜가지 못한 엄마의 손가락에 꽃보석으로 선물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촘촘히 박힌 연분홍색 보석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오묘한 색감, 그리고 여린 줄기 위에서 피어나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이 작은 꽃은, 사실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빛나는, 스스로의 빛으로 충만한 존재다. 그 안에는 우주의 거대한 신비와 경외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 작은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문득 내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마리 꽃들을 지나쳐 왔을까. 일상의 사소한 행복,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노을빛 같은 순간들이 있음에도 크고 특별한 것을 찾느라, 이미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작고 소중한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고마리 꽃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존재는 아무리 작아도 그 자체로 소중하며, 그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선 멈춰 서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결국 나 자신에게로 향했다. 어쩌면 나도 세상의 고마리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진정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날 이후, 내 하루는 달라졌다. 거창한 목표나 화려한 성공을 좇기보다는,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쁨을 찾게 되었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햇살, 고마운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 가을 들녘에서 여물어가는 씨앗들, 창밖으로 보이는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고마리 꽃은 내게 '보물찾기'의 지도를 건네주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바쁘게 달려가는 대신, 매일매일 내 삶 속에 숨겨진 작은 보석들을 발견하며 살아간다. 고마리 꽃 한 송이가 내 삶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준 것처럼, 우리는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보이는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 주변에 숨겨진 고마리 꽃은 무엇인가요? 잠시 멈춰 서서 그 작은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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