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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행사에 ‘이건희 편지’ 등장…이재용 “젠슨 황은 정 많은 친구”

30년 인연 재조명…삼성·현대차 총수, 젠슨 황과 한 무대

송성용 기자 2025-10-31 15:54:33

“그 편지 때문에 내가 처음 한국에 왔습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그래픽카드 ‘지포스(GeForce)’ 25주년 행사에서 30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며 삼성과의 오랜 인연을 회상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함께 무대에 올라 국내 재계와 글로벌 IT 업계의 ‘깐부 회동’이 성사됐다.

이재용 회장은 “25년 전 엔비디아가 삼성의 GDDR(그래픽용 D램)을 사용해 지포스 256을 출시하며 협력이 시작됐다”며 “젠슨과의 우정도 그때부터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젠슨은 내가 존경하는 경영인이자 정 많은 친구”라며 “업앤다운도 있었지만 엔비디아는 삼성의 중요한 고객이자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황 CEO는 “1996년 처음 한국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며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 편지에는 ‘한국의 모든 가정을 광대역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비디오게임을 한국에 도입하고, 세계 최초의 게임 올림픽을 열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편지를 보낸 이는 바로 이재용 회장의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었다”며 “그 편지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됐다”고 전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정의선 회장도 무대에 올라 “엔비디아와 함께 미래 자동차 안에서 더 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며 “AI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과 젠슨 황은) 제 형님 같은 분들”이라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행사 후 세 사람은 서울 삼성동 인근에서 ‘치맥 회동’을 이어가며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일본 위스키 ‘하쿠슈 25년’과 엔비디아의 신형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DGX Spark)’를 선물했다. 세 사람은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CEO 서밋’에서 다시 한 번 회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