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이 합병해 오는 12월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글로벌 해양 방산 수요 확대와 미국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본격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HD현대는 방산 매출을 현재 연 1조원에서 2035년까지 10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7일 HD한국조선해양은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존속법인은 HD현대중공업이며, 합병 비율은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0.4059146주다. 양사는 임시 주주총회와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올해 12월 공식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다.
HD현대는 합병을 통해 함정 건조 역량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인 106척의 군함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HD현대미포는 울산에 중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 4기를 갖추고 있다. 회사 측은 이 중 2개 도크는 군함 등 방산 전용으로, 나머지 2개는 전략상선과 상선 건조에 투입해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Jane’s)’는 향후 10년간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시장 규모가 2100척, 3600억달러(약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HD현대는 이러한 시장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도 병행된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오는 12월 싱가포르에 투자법인을 설립해 베트남, 필리핀 등 기존 해외 조선소를 총괄 관리하고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북극항로 개척과 맞물려 수요가 커지고 있는 쇄빙선 등 특수목적선 시장에서도 양사 통합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현지 건조 역량 확대에 올인한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해 독 2기, 안벽 3기, 40만㎡ 규모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하고 연간 건조 능력을 기존 1~1.5척에서 20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한화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한화해운은 조선소 안정화를 위해 MR탱커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하며 초기 일감을 지원했고, 향후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으로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한·미 조선 협력 강화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대한민국 조선업이 미국의 해양 안보 강화와 조선업 부활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섰다”며 “한·미 조선업이 더불어 도약하는 윈윈 성과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과 투자가 중국과 일본 대형 조선사 간 합병 흐름에 대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함정·특수선 시장에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높은 생산비와 숙련공 인력난을 극복하고 선박 건조에 성공한다면 한국 조선업체들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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