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성의 출산 의향이 유엔(UN) 주요국들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과 여성 간 출산에 대한 인식 차이는 비교 대상국 중 가장 큰 수준으로 드러나, 성별에 따른 가족관·삶의 가치관 차이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7일 제140차 양성평등정책포럼에서 발표한 ‘저출생 대응 가족패널조사’ 예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향후 3년 내 출산 의향 점수는 5점 만점에 1.58점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에 포함된 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세대와 젠더 프로그램(GGP)’에 따라 한국을 포함해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영국,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홍콩 등 8개국의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다.
한국 남성의 출산 의향 점수는 2.09점으로, 여성보다 0.51점이나 높았다. 네덜란드(여성 2.07점, 남성 2.23점), 독일(2.17점, 2.22점), 홍콩(1.73점, 2.06점), 노르웨이(2.16점, 2.12점) 등과 비교하면, 한국은 남녀 간 출산 의향 격차가 가장 컸다.
흥미로운 점은 출산 의향과 별개로, 한국은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여성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위해 자녀가 필요하다’는 문항에 대한 동의도는 한국 여성이 2.93점, 남성은 3.08점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여성 1.35점, 남성 1.47점에 불과했다.
‘남성이 충만한 삶을 위해 자녀가 필요하다’는 문항에서도 한국은 여성 3.11점, 남성 3.2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또한 한국은 부모가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전통적 가족 구조에 대한 선호도 강했다.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야 행복하다’는 문항에 한국 여성은 3.74점, 남성은 3.56점을 응답했다. 노르웨이는 여성 2.28점, 네덜란드는 2.67점에 그쳤다.
이번 예비조사는 가족구성 변화와 세대별 생애 전망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 19~59세 남녀 2,63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면조사가 76%, 온라인 조사가 24%였다. 연구원은 오는 2026년까지 본조사를 포함한 정례 연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는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반면,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며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되, 변화된 가족구성과 생애 경로를 고려한 포괄적 정책 기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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