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사건의 초동조사 당시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VIP 격노설’에 대해 “설이 아니라 사실로 규명됐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16일 순직해병특별검사(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사건의 시작점이었다”며,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최근 관련 발언을 인정한 것을 두고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고, 사필귀정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9일은 채상병이 순직한 지 2주기를 맞는 날이다. 이에 대해 박 대령은 “그 죽음이 왜 일어났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하면서도 “특검에서 진실을 밝히고 있으며, 책임 있는 자들이 반드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특검팀은 박 대령에게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는 ‘VIP 격노설’과 사건 이첩 및 회수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라며 강하게 격노했다는 주장이다.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질책을 받고 사건 이첩 방침이 번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직접 조사하며, 당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피의자로 특정했다. 그러나 ‘VIP 격노설’ 이후 군 수뇌부의 지시에 따라 사건 이첩이 보류됐고, 임 전 사단장 등은 피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에 박 대령은 수사 외압으로 판단하고 경찰 이첩을 강행했으며, 이로 인해 항명 혐의로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그는 올해 초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특검의 항소 취하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후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직과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을 복귀했다.
박 대령의 이날 발언은 VIP 격노설이 단순한 '소문'이 아닌 국가권력에 의한 구체적 외압의 실체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며, 향후 특검 수사의 향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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