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한다. 슬픔의 정점에서는 말없이 국화 한 송이로 먼저 가신 님의 영면을 빌 뿐 아니라 유가족을 위로하며, 기쁨의 정점에서는 장미 한 송이로 환희를 더해주는 마음의 언어가 된다. 사랑, 존경, 위로, 추모의 마음, 그리고 신에게 바치는 극진한 마음을 표현할 때도 꽃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음악가, 미술가, 시인들은 꽃에서 영감을 얻어 불후의 명작을 남겼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마음이 치유되곤 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끝내 피어난 야생화는 삶의 고비마다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며 무한 긍정의 마음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꽃이 주는 위로 중에서도 특히 특별한 것은 새벽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꽃의 모습이다. 몽환적인 안개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시와 같다. 특히 아침 새벽, 풍접화와 어우러진 안개의 여백은 마치 희망처럼, 그리움처럼, 삶의 위로처럼 신비로운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깊은 힘이 되어준다.
▲사진=구리한강공원 요즘 길거리에서 보기 드문 풍접화는 그 이름처럼 '바람에 앉은 나비'를 닮은 고고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6월에서 9월 사이에 피어나는 풍접화는 긴 수술이 꽃 밖으로 길게 뻗어 나와 나비의 더듬이 같고, 옛 신부가 혼례 때 머리에 얹던 족두리와 닮아 '족두리꽃'이라고도 불린다. 이 꽃은 특유의 알싸한 향기를 풍겨 주변을 가득 채우며, 꽃말은 '희망', '외로움', '숨겨진 사랑'으로 알려져 있다.
"새벽 깊은 안개 속에서도 보이네. 내 안의 당신이여..."라는 짧은 시처럼, 새벽 안개 속 풍접화가 원근법이 잘 표현된 나무풍경과 어우러진 오른쪽 여백에서는 우리가 기다리는 희망, 그리운 얼굴, 혹은 기쁜 소식을 암시하는 듯하다. 마치 하늘 소풍 간 그리운 이들이 저만치 안개 속에서 다가와 우리를 반겨줄 것만 같은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자연이 건네는 진정한 위로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다. 풍접화는 비록 시들어 떨어지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되는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의 제약을 넘어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지지 않는 꽃으로 피어 있는 존재들은 슬픔 속에서는 위로가 되고, 희망을 잃었을 때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우리 삶의 진정한 풍접화이다. 당신의 삶 속에도 새벽 안개 속에서 영원히 지지 않는 풍접화가 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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