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날 밤 이미 천장 붕괴"…CCTV 영상에 드러난 지하터널 참사 전조

포스코이앤씨 ‘기둥 파손’ 축소 보고 의혹…경찰, CCTV 정밀 분석 중
최현서 기자 2025-04-18 18:03:31
▲사진=연합뉴스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사고 전날 밤 이미 터널 천장이 붕괴된 장면이 CCTV에 포착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사고 정황을 관계 기관에 축소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경찰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사고 직후 제출한 최초 상황보고서에는 지하터널 중앙 기둥 일부가 파손된 사진만 첨부돼 있었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한 현장 CCTV 영상에는 터널 천장이 완전히 무너지고, 콘크리트와 흙더미가 쏟아져 들어오는 위험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포스코이앤씨가 기둥 파손 시점으로 보고한 10일 오후 9시 50분 전후, 좌측 아치형 터널의 천장이 무너지는 장면이 그대로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터널 벽체는 중앙 기둥 손상에 이어 힘없이 밀려내렸고, 천장이 붕괴되며 현장은 사실상 완전 붕괴 상태에 돌입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사고 개요를 ‘2Arch 터널 중앙 기둥 파손’으로만 기재했고, 천장 붕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따라 터널 구조물의 실제 피해 규모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지난 12일, 해당 보고서에 담긴 사진을 근거로 사고 발생 17시간 전 이미 붕괴 전조 증상이 있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CCTV 영상 분석 결과, 보고서에 실린 사진과 실제 영상 사이에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수사 관계자는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은 CCTV 설치 지점이 아닌 다른 위치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누가 보더라도 즉시 출입을 금지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이를 단순 기둥 파손 정도로 축소해 보고한 정황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CCTV가 총 2대 설치돼 있었으며, 이 중 한 대가 붕괴가 발생한 좌측 터널 방향을 비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공사는 사고 당시 현장 근로자 17명을 대피시켰지만, 붕괴 위험을 관계기관에 신고한 시점은 2시간 가까이 지난 밤 11시 58분이었다. 이에 대해 “중대한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보고와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후 모든 작업은 전면 중단됐고, 11일 새벽 3시부터 전문가 현장 확인 및 관계기관 회의가 진행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를 바탕으로 보강공사에 착수했지만, 최초 붕괴 조짐이 나타난 시점으로부터 17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13분, 지하터널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실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포스코이앤씨 소속 근로자 1명이 숨지고, 하청업체 소속 굴착기 기사 1명이 크게 다쳤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현재 CCTV를 확보해 사고 전후 상황에 대한 정밀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영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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