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속'과 '덧없는 사랑'이라는 양면적인 꽃말을 지닌 나팔꽃은 7~10월 우리 삶의 가까이에서 피고 지며 늘 위로와 격려를 준다. 우리 삶의 악장은 때때로 책임과 역할이라는 격렬한 음표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내어주고 영혼의 에너지를 소진한다. 마음은 복잡한 실타래처럼 헝클어지기 일쑤이다. 이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홀로 섬'을 위한 고독한 쉼표의 시간을 갈망한다. 나팔꽃은 바로 이 지점을 조용히 일깨운다. 여기서 '결속'은 때로는 우리를 짓누르는 강압적인 관계의 굴레이다. 새벽에 피고 정오에 지는 나팔꽃의 간결한 생명력은, 이 낡은 결속에서 벗어나 소진된 자존감을 회복할 가치를 우리에게 은은히 속삭이는 존재이다.
무겁고 복잡해진 마음을 안고 자연의 품을 찾을 때, 우리는 삼천 송이 나팔꽃 군락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치유의 기적을 경험한다. 노란 코스모스, 샤스타 데이지, 풍접화 들을 물끄러미 바라볼때 꽃 군락들은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무장 해제시키고 심연의 치유가 시작되도록 이끈다. 이것이 바로 대자연의 무조건적인 치유력이다. 우리는 이 거대한 자연이라는 거울을 통해, 과거의 관계 속에서 훼손되었던 자신을 직시한다. 꽃들이 주는 강인함과 자연의 순수한 질서 속에서, 우리는 타인에게 오염되었던 기억들을 정화한다. 잃어버린 자아의 본래 모습을 되찾을 힘을 얻는다. 건강한 홀로 섬은 바로 이 자기 직시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진정한 치유는 자연의 위로를 넘어선 스스로의 단호한 결의에서 완성된다. '진정한 홀로 섬'이란 물리적인 고립이 아니다. 이것은 자기 감정과 욕구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즉, '나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일상 속의 작은 독립'을 의미한다. 이는 오랜 관계 속에서 형성된 낡은 습관의 짐을 내려놓는 행위이다. '나만 옳다는 독선'과 '누군가에게 순종하고 길들여져 이끌려가는 삶'이라는 잔재를 모두 버리는 단호한 자기 해방이다.
용기를 내어 관계에 일시적인 쉼표를 두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쉼표는 망가진 관계를 재정립한다. 새로운 관계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현명한 첫걸음이다. 나 자신을 스스로 세우고 자존심을 지키는 이 행위야말로, 영혼을 정화한다. 자아를 재건하는 가장 강력한 치유의 방법이다.
가을 들판의 꽃씨들은 다음 봄의 생명을 완벽한 설계도로 응축하며 따뜻한 햇볕 아래 따스하게 빛나고 있다. 우리는 그 씨앗에서 꿈틀거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배운다. 쉼표를 통해 자존감을 응축하고 건강한 홀로 섬을 이룬 영혼만이, 비로소 건강한 경계와 존중 위에서 새로운 긍정적 관계라는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의 정화를 이룬 자만이, 가장 어둡고 고독한 순간일지라도 더욱 환한 희망을 향해 나팔을 힘껏 불어올릴 수 있다. 더 이상 낡은 결속에 얽매이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맺겠다는 우리 삶의 가장 서정적이고 위대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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