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이메일 전송

“연애·결혼·자녀? 글쎄요…”

2040세대, “가장 중요한 건 일”... 가족보다 생계가 먼저인 청춘들
최현서 기자 2025-05-06 09:40:43
[AI DALL-E3가 생성한 이미지]

일이냐, 사랑이냐, 가족이냐. 대한민국 청년 세대는 단호하게 ‘일’을 선택했다. 연애와 결혼, 자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전통적 가족 중심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통합위원회가 발주한 ‘2040 가족·노동역할 태도와 실태 연구’에 따르면, 25~44세 성인남녀 2,6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38.1%로 가장 높았다. 반면 ‘연애·결혼’(22%)과 ‘자녀’(16.8%)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집단이 ‘일’을 최우선 가치로 꼽았으며, 자녀를 가장 중요하게 본 경우는 40대 초반 여성 집단이 유일했다. 심지어 자녀를 양육 중인 응답자조차 “일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여성의 경우 0~5세 자녀가 있어도 ‘일’(30.6%)과 ‘자녀’(29.1%)의 중요도는 비등했지만, 같은 상황의 남성은 ‘일’(35.2%)이 ‘자녀’(25.6%)보다 훨씬 앞섰다.

 “일하지 않으면 생존 불가”… 생계에 갇힌 세대
‘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8%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가능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며 정년을 맞고 싶다’는 의견도 62%, ‘더 많이 일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의견은 61.6%에 달했다.

반면, ‘최소한만 일하며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다’(50.5%), ‘안정된 직장이 아니더라도 자아를 실현하고 싶다’(39.3%)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실은 청년들에게 꿈보다 생계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엄마가 일해도 아이는 괜찮다”… 전업주부 전제 정책은 ‘구시대 유물’
흥미로운 인식 변화도 감지됐다. ‘엄마의 경제활동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남녀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

영유아 자녀 기준으로 여성의 동의율은 18.4%, 남성은 22.6%에 불과했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에는 더욱 낮아졌다. 전업주부를 당연시하던 사회 분위기는 이미 옛말이 된 것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필요성에 대해 여성 응답자의 80%, 남성의 70%가 동의했고, 남성의 가사노동 및 양육 참여에 대해서도 각각 70%, 80%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성의 가사 및 돌봄 참여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불평등은 ‘여성의 경력 단절’… 정책도 달라져야
성평등 관련 인식 조사에서는 ‘임신·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80.2%)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이어 ‘남성의 낮은 육아 참여’(72.8%), ‘성별 고정관념에 의한 직종 분리’(72.8%) 순이었다.

보고서는 “여성의 노동역할 강화, 남성의 가족 참여 확대라는 성 역할 재편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이미 형성된 만큼, 전업주부 전제를 기반으로 한 정책은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여성의 경제활동을 전제로 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그냥 살자'고 하는 이유

'그냥 살자'고 하는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피하거나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영철 교수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어떻게 받
문주란의 향기와 언어의 고결함

문주란의 향기와 언어의 고결함

바닷가 모래톱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해풍 속에서 홀로 피어나는 야생 문주란의 향기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수선화과에 속하며 '청순', '고결', '순수한
역사 속 오늘, 10월 4일 (최종편)

역사 속 오늘, 10월 4일 (최종편)

1582년 10월 4일,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기존 달력의 오차를 바로잡기 위해 새로운 ‘그레고리력’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10월 4일 다음 날은
역사 속 오늘, 10월 3일

역사 속 오늘, 10월 3일

1990년 10월 3일, 동독과 서독은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하나의 독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1년이 채 되지
역사 속 오늘, 10월 2일

역사 속 오늘, 10월 2일

1869년 10월 2일, 한 아이가 인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훗날 ‘인도의 아버지’로 불리며, 비폭력과 평화의 길을 세계에 보여준 마하트마 간디
역사 속 오늘, 10월 1일

역사 속 오늘, 10월 1일

1960년 10월 1일 – 나이지리아 독립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 나이지리아,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 선언. 독립 후 공화국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역사 속 오늘, 9월 30일

역사 속 오늘, 9월 30일

1882년 9월 30일 – 세계 최초 수력 중앙 발전소 가동 미국 위스콘신주 애플턴 폭스 강, 에디슨 수력 중앙 발전소(벌컨 스트리트 발전소) 가동 시작. 세
역사 속 오늘, 9월 29일

역사 속 오늘, 9월 29일

1829년 9월 29일 –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 설립 영국 내무장관 로버트 필 경, 런던 광역경찰청(메트로폴리탄 경찰) 설립. 찰스 로완과 리처드 메인의
역사 속 오늘, 9월 28일

역사 속 오늘, 9월 28일

1994년 9월 28일 – 에스토니아호 침몰 발트해에서 여객선 에스토니아호 침몰. 탑승자 989명 중 138명만 구조, 사망·실종 약 850명. 20세기 평시 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