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의 대(對)한국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저지하기 위해 통상외교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막판 협상에 착수했다. 여 본부장은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국익 중심으로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국에 대해 25% 관세를 예고하는 ‘관세 서한’을 발송한 상태다. 유예 기한은 8월 1일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 본부장의 방미는 사실상 막판 조율을 위한 긴급 대응이다.
정부는 여 본부장을 포함해 고위 인사들을 잇달아 미국에 보내 통상 외교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위성락 안보실장까지 모두 워싱턴을 찾거나 곧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25일에는 미국 측과 ‘2+2 통상협의’가 예정돼 있어 협상 분위기 전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쌀·소고기 시장은 레드라인”…농산물 대신 ‘에탄올용 옥수수’로 돌파구 모색
정부는 미국이 예민하게 요구하고 있는 농산물 시장 개방에는 선을 긋고 있다. 2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쌀과 소고기는 '국가 식량안보'와 '국내 농가 민감도'를 고려해 협상 카드에서 제외했다. 대신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등 연료용 농산물 수입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기존 수입 체계에 부담이 적고, 식량안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베트남 등 5개국에 쌀 TRQ(저율관세할당물량)를 배분하고 있으며,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30개월령 이상은 법적으로 수입이 금지돼 있다. 이런 구조를 바꾸려면 WTO 협정 위반 논란이나 국내법 개정 등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美 “자동차·철강 관세 피하기 어렵다”…트럼프 ‘관세 선호’ 노선 분명
하지만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한미 FTA 개정에 관여했던 스티븐 본 전 USTR 법무실장은 22일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실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은 철강·자동차 산업을 더 이상 해외에 내줄 여력이 없다”며 “대미 투자 확대가 관세 완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자체를 미국 경제에 이득으로 보고 있어, 이를 대체할 만큼 매력적인 협상 카드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협상 시기 중요…‘늦을수록 비싸진다’” 경고
본 전 실장은 “미국 경제가 견고한 만큼 시간은 트럼프 행정부 편”이라며, “합의를 미루면 조건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협상의 압박 카드가 아닌, '목표 자체'로 보는 경향이 있어 조속한 합의 도출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해 한미 정상 간 통화나 직접 회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상 전문가는 “지금은 협상의 기술보다,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정치력의 시험대”라고 말했다.
한국의 선택은?…'선제 양보' 없는 실리외교가 관건
현재 한국은 농산물 개방 없이도 자동차·철강 관세를 완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적자 폭, 국방·기술 협력 확대, 친환경 소재 투자 등 비(非)통상 분야를 포함한 포괄적 패키지 협상도 검토되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밀하게 파악해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단기 타결보다 국익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관세 시한까지 D-8…다음 주 협상이 분수령
오는 25일 ‘2+2 통상협의’가 이번 협상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미국이 관세를 강행할지, 실질적 협상 여지를 남길지 주목된다.
남은 협상 시일은 단 8일. 여한구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통상라인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위기 속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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