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가을바람이 불자 나무는 묵묵히 잎을 내려놓는다. 자연의 거대한 순환처럼 보이는 이 낙엽의 쇠퇴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깊은 위로와 격려를 얻는다. 모든 시듦은 다음 봄을 위한 준비이며, 잠시 멈춤은 다시 시작을 위한 숨 고르기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순환 속에서 회복 탄력성의 거대한 은유를 발견한다. 특히 12월 겨울에 붉은 꽃을 피우는 개발 선인장의 생태는 그 자체로 끈기와 희망의 메시지이다. 이 식물의 꽃말은 ‘끈기와 희망’이며, 고온 건조한 사막에서 살아남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 개발 선인장은 추위와 건조함을 견뎌낸 후에야 비로소 화려한 꽃을 피운다. 이는 잠시 멈춘 듯 보이는 시간 속에서 내부의 힘을 축적하고, 마침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삶의 진리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처럼 멈춤이 곧 꽃봉오리임을 알지만, 6주 만에 오른 오늘 산행은 여전히 버겁다. 새끼발가락 부상 후, 평소 가볍던 산길이 두 배의 힘듦으로 다가온다. 과거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목을 다쳐 두 달을 고생했던 기억까지 겹쳐, 이 회복의 더딤이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바로 그 '다시 오를 수 있음'에 대한 감사함이 오늘 이 힘든 발걸음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준다. 나는 의도적으로 '시든 꽃'을 들여다본다. 지난주엔 시들어가는 칼랑코에를 전달받았고, 힘겹게 버티고 있던 야생초 용담꽃은 더 큰 화분으로 옮겨주었다. 여름을 인고하며 버틴 개발 선인장은 이제 다시 생기를 얻어 크리스마스쯤 빨간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이 시든 생명들을 가꾸고 보살피는 행위는 상처 입고 더딘 회복을 거치는 나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잠시 쇠퇴하거나 멈춘 듯 보여도, 정성을 쏟아 반드시 제대로 피워 보겠다는 의지, 이것이 바로 우리 안에 내재된 회복 탄력성의 발현이며,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삶의 가장 아름다운 은유이다.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그 모든 순간순간을 사랑해야 함을... 과거 목표를 잃고 방황하던 시절,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 체인이 벗겨져 홀로 멈춰 서서 한참을 헤맨 적이 있다. 남들은 열심히 달려 나갈 때, 나는 멈춤과 뒤처짐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때는 그 모든 순간이 방황의 시간과 겹쳐지면서 오직 좌절로만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지금, 낙엽이 지는 이 가을 앞에서 명확히 깨닫는다. 그 '뒤처짐', '멈춤', '후퇴'의 시간들은 결코 헛되거나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들은 삶의 속도를 늦추어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잠재력을 응축시키는 귀한 신호였다. 세상의 이치가 얻는 것이 있으면 잃고, 잃는 것이 있으면 다시 얻는 순환이듯, 아픔과 뒤처짐 속에서 우리는 반드시 무언가를 배우고 얻는다는 교훈이다. 상처 입었던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단단한 감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결국, 삶의 모든 순간은 고마움을 느낄 이유가 된다. 이 추운 계절을 잘 이겨내고 봄을 준비하는 씨앗들처럼, 우리의 고난 역시 희망의 꽃을 피우기 위한 씨앗이다. 어떤 순간도 버릴 것이 없다. 힘든 회복의 시간도, 잠시 멈춰 섰던 과거도, 시들어가는 꽃봉오리를 가꾸는 현재의 노력도... 모든 순간이 결국 우리라는 존재를 완성해가는 소중한 과정이다. 뒤처짐 속에서 얻었던 깨달음처럼, 상처 입었던 모든 발걸음이 오늘 이 산길을 오르는 힘이 된다. 나는 지금, 내 삶의 가장 낮은 지점에서 오히려 가장 단단한 꽃봉오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늘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고난의 겨울을 지나, 다시 활짝 피어날 미래를 기대하며 오늘, 나의 느린 발걸음까지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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