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최초 교황 탄생…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 '레오 14세'로 즉위

콘클라베 이틀 만에 제267대 교황 선출…17일 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뒤이어
이한나 기자 2025-05-09 08:06:20
▲새 교황 '레오 14세'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 바티칸 추기경단은 현지시간 8일, 미국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했다.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이번 선출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4월 21일) 이후 17일 만이며, 콘클라베 이틀째, 네 번째 투표 만에 결정됐다. 추기경단 수석은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전통에 따라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외치며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발표했다.

▲레오 14세

▲성 베드로 광장에 걸린 성조기

프레보스트는 시카고에서 프랑스·이탈리아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성당 복사로 활동하며 공동체 중심의 신앙 환경에서 성장했다. 교황청립 안젤리쿰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고, 빌라노바대학교에서 수학을 병행하는 등 학문적으로도 폭넓은 기반을 갖췄으며, 1982년에는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미국 국적을 가진 그는 20년간 페루의 빈민 지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고, 2015년에는 페루 시민권도 취득했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으로 불리며, 중도적 성향과 개혁·보수 간 균형 감각을 갖춘 인물로 주목받아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잇는 인물로도 평가된다. 2023년부터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맡아 주교 후보 선발 투표단에 여성 3인을 최초로 포함시키는 등 성 평등 확대에도 기여했다.

이번에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이다. 이 수도회에서 교황이 배출된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또한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지며, 탁월한 언어 구사력도 주목받고 있다.

즉위 발표 직후, 프레보스트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고 이탈리아어로 첫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반복했으며,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마지막은 전통에 따라 라틴어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전 세계에)’ 축복으로 마무리했다.

즉위명 ‘레오 14세’에는 19세기 말 사회 정의와 노동권을 강조한 ‘레오 13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교황청 대변인 마테오 브루니는 “AI 시대의 노동과 인간 존엄성 문제를 고민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를 통해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교황 즉위 미사는 일주일 이내 열릴 예정이며, 오는 11일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첫 공식 축복 메시지가 발표된다. 12일에는 전 세계 언론인과의 첫 대면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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