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공식화했다. 수도권 주택 시장의 과열과 함께 가계대출 급증이 지속되면서 자산시장 불균형과 금융불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상대 부총재 등 한은 집행 간부들은 지난 6월 27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가 주택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기준금리 조정의 시기와 속도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한은은 보고에서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주택시장이 2018년 이후 가장 강한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동반하며 8~9월 중 가계대출 급증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 아파트의 6월 넷째 주 주간 상승률은 0.83%에 달해 연율 환산 시 무려 53.7%에 이르는 등 과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거래량 역시 전년 최고치를 상회할 전망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5대 시중은행의 6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7조 원에 육박하며, 지난해 8월의 ‘10조 폭증’ 사태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상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1~3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7월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효과도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또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유동성이 실물경제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금리를 낮춰도 부동산에만 자금이 몰릴 경우 실물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부동산 관련 신용은 1,923조5,000억 원으로 전체 민간신용의 49.7%를 차지했다. 이는 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자금 배분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한은은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보조를 맞추면서 추가 대응책도 검토 중이다. 국정기획위에 보고된 방안에는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확대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DSR 규제 대상의 정책대출 포함 △수도권 유주택자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등이 포함됐다.
특히 정책대출이 현행 DSR 규제에서 제외된 점을 문제 삼으며, “정책금융을 통한 우회 대출이 전체 가계부채 관리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금리정책은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을 모두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며 “지금은 가계부채 리스크가 관리 기조를 흔들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긴축적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은의 보고는 금융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제동을 거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가 같은 날 오전 8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발표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책 공조를 통한 가계부채 억제 메시지로도 읽힌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하반기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매파적 전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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