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고교 육상대회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고등학생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공동 1위로 시상대에 선 AB에르난데스(왼쪽)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캘리포니아 남부 후루파 밸리 고교 3학년생 AB 에르난데스(16)다. 그는 지난달 31일 캘리포니아주 클로비스에서 열린 주 고교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여자 3단 뛰기와 높이뛰기에서 1위, 멀리뛰기에서 2위를 차지했다. 기록상으로는 단독 우승이었지만, 시상식에서는 공동 수상자가 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대회를 주관한 캘리포니아 고등학교 체육연맹은 대회 직전 “트랜스젠더 선수가 입상할 경우 차순위 선수에게도 같은 순위와 메달을 수여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높이뛰기에서는 에르난데스를 포함해 총 3명이 공동 우승자로 시상대에 올랐다.
에르난데스의 출전은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3년 제정된 주법에 따라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르난데스가 여성 대회에서 경쟁하는 데 대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면서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회에 앞서 “트랜스젠더의 출전을 허용할 경우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고, 미 법무부도 연맹과 해당 교육구가 연방법상 성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대회장 밖에서는 보수단체들이 ‘여자 스포츠에 남자는 안 된다’, ‘여성 스포츠를 지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이런 문구를 내건 항공기가 경기장 상공을 선회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긴장감도 감돌았다.
그러나 경기장 안 분위기는 달랐다. 현장에 있던 또래 선수들은 에르난데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함께 웃고 경기했다. 멀리뛰기에서 에르난데스와 공동 2위를 차지한 브룩 화이트는 “그는 슈퍼스타다. 지금은 많은 부정적 시선을 받지만, 자기 자신을 용기 있게 표현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트랜스젠더 선수의 국제 스포츠 출전 금지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국무부는 성전환 운동선수의 입국 비자 발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는 2028년 LA 올림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르난데스의 출전과 수상은 단순한 스포츠 이슈를 넘어, 미국 사회의 성별 정체성, 차별금지, 공정성 논쟁이 정면으로 충돌한 상징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캘리포니아 체육연맹은 “우리는 모든 학생 선수를 존중하며, 학생들에게 소속감과 경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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