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뒤, 음악과 현실을 가로지르며 저항과 서정을 노래해온 가수 정태춘이 이번엔 글씨와 이미지로 예술의 새로운 언어를 펼쳐낸다. 그의 붓글 전시 ‘노래여, 노래여’가 6월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정태춘이 2010년대 초부터 시작한 ‘붓글’ 작업 중, 자신의 노래·가사·삶을 주제로 한 작품 100여 점을 엄선해 선보이는 자리다. 그는 자신의 붓글을 기존 서예나 캘리그래피와 구별되는 “글씨보다 글에 집중하는 작업”이라 정의한다.

정태춘은 2000년대 후반 노래 창작을 멈춘 뒤, 가죽공예와 사진 작업에 몰두하던 중 우연히 붓과 한시를 접했다. 그때부터 자신이 노래로 표현해온 메시지를 붓과 먹, 종이와 오브제에 담는 새로운 창작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말 대신 손으로, 음 대신 문장으로 이어간 그만의 예술적 변주다.
전시는 세 개의 전시실로 구성된다. ▲노래 가사와 사유를 담은 붓글 ▲직접 촬영한 사진 위에 쓴 '사진 붓글' ▲목공예·가죽공예 등 오브제 위의 실험적 작업까지 폭넓게 소개된다. 한지, 천, 금속 등 다양한 재료에 쓴 작품들도 함께 공개된다.
관람객이 직접 붓글을 써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운영되며 6월 10일에는 시인들과의 만남, 11일에는 캘리그래퍼들과의 대화 등 연계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이번 전시는 정태춘과 아내 박은옥이 함께 진행 중인 ‘2025 정태춘 박은옥 문학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 5월 발표된 정태춘 12집 앨범 ‘집중호우 사이’를 시작으로, 오는 6월에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콘서트 ‘나의 시, 나의 노래’가 열린다. 아울러 노래 시집과 붓글집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미술계는 그의 예술적 확장을 두고 ‘청각에서 시각으로’, ‘서사에서 서정으로’ 이어지는 문학적 진화라 평하고 있다.
유홍준 미술사학자는 “정태춘의 운율이 마침내 이미지로 재현된 것”이라며 “추사 김정희의 조형정신을 잇는, 거칠지만 강렬한 형식미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고, 미술평론가 김준기는 “문학, 음악, 시각예술이 하나로 엮인 융합의 장”이라며 “시각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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