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美 신용등급 108년 만에 강등… 시장 영향은?

이한나 기자 2025-05-20 08:03:54
▲ 무디스 (Photo by ANGELA WEISS / AFP)/2025-05-17 07:45:28/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108년 만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미국은 글로벌 3대 신평사로부터 모두 최고 등급 ‘AAA’를 상실하게 됐다. 미 정부의 재정 악화에 따른 구조적 불안정성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세계 금융시장과 한국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무디스는 현지시간 5월 16일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로 조정하고,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무디스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국채에 ‘Aaa’ 등급을 처음 부여한 이후, 한 세기 이상 최고 등급을 유지해왔다.

이번 조치로 미국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2011년 8월), 피치(Fitch·2023년 8월)에 이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태가 됐다.

재정 악화, 감세 정책 우려…36조 달러 부채에 ‘경고음’
무디스는 강등 배경으로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 국가 신용에 구조적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화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안이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약 36조 달러(한화 약 5경 400조 원)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금융시장 반응은 제한적…“이미 반영된 리스크”
과거 2011년 S&P의 첫 신용등급 강등 때는 S&P500이 하루 만에 6.7% 급락하며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이번 무디스의 조치는 이미 예고돼 온 결과로 평가되면서 비교적 제한된 영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 5월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전장보다 0.32% 상승한 4만2792.07에 마감했다. S&P500은 0.09%, 나스닥은 0.02% 소폭 올랐다. 국채 금리도 강등 직후 단기 급등했으나 이내 진정세를 보였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459%로 마감했으며, 30년물은 한때 5.03%까지 치솟았다가 4.921%로 내려섰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이미 미국의 재정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조치가 중장기적인 투자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PGIM 채권의 그레고리 피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등급 강등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투자자들도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애널리스트 역시 “이번 결정은 시장이 숨 고르기 할 수 있는 상징적 명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 “직접 영향은 제한적…F4 협의체 중심 대응”
한국 정부도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5월 19일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 주재로 열린 컨퍼런스콜에는 기재부, 한은, 금융위, 금감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석해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기재부는 “F4(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중심으로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5월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2원 오른 1397.8원으로 마감했다. 하루 3거래일 연속 1300원 후반대를 유지한 가운데,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와 함께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치권 책임 공방…트럼프, 금리인하 압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7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촉구하며, 등급 강등 책임을 바이든 행정부로 돌렸다. 그는 “파월은 늘 늦는다. 이번에도 망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백악관은 무디스의 조치에 대해 “지난 4년간 재정 참사를 방관해놓고 지금 와서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신뢰를 잃은 행위”라고 반박했다.

글로벌 충격 이어지나…‘셀 USA’ 재현 우려도
일각에선 이번 강등이 미국 국채와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를 흔들며, ‘셀 USA(미국 자산 매도)’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3월 미국 국채를 한 달 만에 약 26.5조 원(약 196억 달러)어치 매도했고, 미 국채 보유국 순위에서도 영국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200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 감소는 무디스의 강등 결정과 함께 미국에 보내는 명확한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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