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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업용 양계장서 고병원성 AI 첫 발생…전 세계 닭고기 시장 '초비상'

최현서 기자 2025-05-17 09:04:56

▲16일(현지시간) 드론을 이용해 촬영된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州) 양계 시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금류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상업용 양계장 최초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했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에 의존해온 국가들이 잇따라 수입 제한 조치를 검토하면서 전 세계 식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브라질 농림축산부는 16일(현지시간)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 몬치네그루 지역의 한 상업용 양계장에서 HP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은 파라나, 산타카타리나주와 함께 브라질 전체 닭고기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주산지로, 산업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계육이나 달걀 섭취를 통한 감염 위험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방역 강화를 포함한 비상계획을 즉시 가동했다고 밝혔다. 검사 완료된 제품은 안전성이 확인됐으며 소비자에 대한 별도의 제한 조치도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례는 브라질 상업용 가금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공식 확인된 첫 사례다. 브라질 정부는 한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과 체결한 위생협정에 따라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를로스 파바루 브라질 농림축산부 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생 프로토콜에 따라 최대 60일간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며 “다만 수출 중단은 상황에 따라 조기 해제되거나 발생 지역인 히우그란지두술에만 한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긴급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냉동 닭고기 수입량 5만1,147톤 가운데 약 88%에 해당하는 4만5,211톤이 브라질산이었다. 수입금액은 약 2억8,700만 달러, 한화로 약 4천억 원 규모다.

브라질산 수입이 제한될 경우 국내 가공식품업계와 외식업계가 단기적인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주요 수입국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60일간 브라질산 가금류 수입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은 브라질산 닭고기를 약 12억9천만 달러, 우리 돈 1조8천억 원어치 수입하며 최대 교역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2022년 기준으로는 전체 닭고기 수입의 42.6%가 브라질산이었다.

미국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부터 자국 내 AI 확산 여파로 달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브라질산 달걀 수입을 대폭 늘린 상태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브라질의 대미 달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0%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 9억4,800만 달러), 일본(8억4,7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8억2,200만 달러) 등 주요 수입국들 역시 후속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부는 전 세계 공급망에서 브라질산 가금류의 비중을 감안할 때, 전체 수출 중단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농림축산부는 “이번 사태가 중국 시장 진출이나 국제 교역 전반을 위협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P와 로이터통신은 당분간 주요 국가들이 브라질산 가금류에 대한 수입을 일시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브라질은 지난해 전 세계 닭고기 수출의 약 14%를 차지하며 총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가금류를 수출한 세계 1위 수출국이자, 미국에 이어 2위 생산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