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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 활성화하면 노인 34만 명 빈곤에서 구제

이한나 기자 2025-05-16 16: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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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5.5.13 hkmpooh@yna.co.kr/2025-05-13 15:01:50/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주택연금'이 노후 빈곤 해소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주택연금 제도를 활성화할 경우 최대 34만 명의 노인이 빈곤에서 탈출하고, 국내총생산(GDP)도 최대 0.7%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15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개최한 ‘초고령사회의 빈곤과 노동’ 심포지엄에서 황인도 한은 금융연구실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주택을 소유한 고령층이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연금 형태로 받는 주택연금 제도의 확대가 고령층의 소비 여력을 키우고, 전체 경제에도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고령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일정액을 평생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상품이다. 제도 운영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맡고 있으며, 주택 소유자는 연금 수령 기간 동안 해당 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나중에 부부가 모두 사망하게 되면,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주택을 처분하여 그동안 지급했던 연금액을 회수하게 된다. 이때 집을 처분한 금액이 지급된 연금보다 많을 경우 차액은 상속인에게 전달된다. 반대로 주택 가격이 연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발생한 손실은 상속인이 부담하지 않고 국가, 즉 주택금융공사가 감당하게 된다. 이러한 비소구 구조는 고령층의 노후 불안을 덜어주는 핵심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은 만 55세 이상의 국민이며, 부부 중 한 사람만 해당 요건을 충족해도 된다. 또한 공시가격 기준 12억 원 이하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며, 이는 시세 기준으로 약 17억 원 수준에 해당한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도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이 12억 원 이하라면 가입이 가능하다. 만약 공시가격 12억 원을 초과한 2주택자라 하더라도, 비거주 주택을 3년 내 처분하겠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가입 요건이 상당히 완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도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주택연금 가입 가구 수는 13만 3,364가구로 집계됐다. 평균 가입 연령은 72세,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약 122만 원, 평균 주택 가격은 3억 8,900만 원 수준이었다. 반면, 잠재 수요는 이보다 훨씬 크다. 한국은행이 전국의 55세 이상 주택보유자 3,8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5.3%가 향후 주택연금 가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제도 설계를 일부 보완하거나 상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경우에는 가입 의향이 41.4%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이처럼 높은 가입 의향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했다. 한계소비성향과 거시계량모형을 활용한 추산 결과, 가입 의향이 있는 가구(약 276만 가구)가 모두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실질 GDP가 0.50.7% 증가했다. 노인빈곤율 역시 35%포인트 하락해, 최소 34만 명의 노인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처럼 낮은 가입률이 유지되는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성장과 분배 효과가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실제로는 전체 고령층 중 약 12%만이 연금형 주택연금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 중 85%는 주택을 단지 상속 목적으로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주택가격의 변동분을 연금 지급액에 반영하는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고, 이용 주택에 대한 상속 요건을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한 주택연금 가입으로 인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고령층의 불안을 덜기 위한 대국민 홍보 강화, 세제 혜택을 포함한 실질적인 가입 유인 확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적 주택연금만으로는 제도의 파급력이 제한될 수 있는 만큼, 민간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역모기지’ 상품도 함께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주택연금이 도입되기 전인 2004~2005년 사이에는 민간에서 총 411건의 역모기지가 운영됐지만, 제도 도입 이후 급감해 2023년에는 연간 2건에 그쳤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생명보험사와 같은 종신금융상품 운용 경험이 풍부한 기관들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종신 지급형·비소구형 민간 상품 출시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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