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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바르고 엉덩이도 닦아줘" 야생 침팬지의 이타적 치료, 인간 닮았다

최현서 기자 2025-05-15 17: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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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4일(현지시간) 학술지 '진화 및 생태 첨단연구'(Frontiers in Evolution and Ecology)에 게재된 엘러디 프라이먼 등의 논문에 실린 사진에서 한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의 상처를 핥아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생 침팬지가 약용 식물을 활용해 상처를 치료하고 유전적으로 관련 없는 동료의 부상까지 돌보는 이타적 행동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의 이러한 행위는 의료와 공감 능력의 기원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엘로디 프레이만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첨단 생태학과 진화(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우간다 부동고 숲에 서식하는 침팬지 집단을 8개월간 관찰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손소(Sonso)와 와이비라(Waibira) 두 무리를 중심으로 총 41건의 치료 및 돌봄 사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34건은 자가 치료, 7건은 타 개체를 치료하거나 위생을 돕는 사례였다. 특히 동료를 돌본 7건 중 4건은 친족이 아닌 개체 간에 이루어졌다.

연구에 따르면 침팬지들은 부상 부위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침의 항균 성분으로 상처를 핥거나, 약용 식물의 잎을 씹어 상처에 바르는 행동을 보였다. 입으로 씹은 식물을 손가락으로 눌러 바르는 행위는 단순한 본능적 반응을 넘은 목적 지향적 행동으로 해석됐다. 짝짓기 후 생식기를 잎으로 닦거나 배변 후 엉덩이를 닦는 위생 관리 행동도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프레이만 박사는 “침팬지들은 상처를 입은 동료의 고통을 인식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행동을 스스로 선택했다”며 “이러한 돌봄은 단순한 생존 본능이 아닌 사회적 공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관찰에서 침팬지들이 사용한 약용 식물의 종류까지 분류해 약리학적 분석 기반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1993년부터 누적된 관찰 기록과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야생 침팬지의 상호 돌봄 행동을 장기간 체계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침팬지가 친족이 아닌 개체를 대상으로 이타적 돌봄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진화적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의 영장류학자 이사벨 라우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친족 관계와 무관하게 이뤄진 이타적 돌봄 행동이 침팬지 사회에서 결코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동물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인간의 진화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유사한 사례는 보고된 바 있다. 2022년 독일 오스나브뤼크대 연구진은 침팬지가 곤충을 상처에 바르는 모습을 포착했고, 2023년에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얼굴 부위에 약초를 먹고 으깨어 바르며 자가 치료하는 장면이 확인되기도 했다.

프레이만 박사는 “인간은 공감과 돌봄 능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이번 연구는 그 기원이 인간 외 영장류에도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며 “의료 시스템과 이타적 행동의 기원을 밝히는 데 영장류 연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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