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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아들 학대 혐의 특수교사, 항소심서 무죄 선고... 몰래 녹음, 증거 될 수 없어

이한나 기자 2025-05-13 16:34:00
▲웹툰 작가 주호민이 지난해 2월 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특수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쟁점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입증됐느냐’였다.

13일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재판장 김은정)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46)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를 결정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22년 9월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9세 아동 B군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정말 싫어”라는 등 반복적인 부정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B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외투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중 대화를 녹음했고, 이 파일이 수사의 핵심 증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녹취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고,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모친이 아동의 옷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녹음한 파일과 녹취록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검찰은 피해 아동이 모친의 도움을 받아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아동과 모친이) 엄격히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모친의 녹음 행위를 피해 아동의 녹음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A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다”며 이를 모두 기각했다.

판결 직후 주호민 씨는 취재진에 “굉장히 속상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아가 피해를 당했을 때 이를 입증하는 방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했다”며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저희는 (검찰 상고 방침 등이) 결정되는 대로 향후 절차에 차분히 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A씨 측은 “무죄 판결로 교사들이 정당한 교육 활동을 위축 없이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간 지지해준 전국의 교사들에게 감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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