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7년 만에 고향 찾은 고려 불상…10일 다시 일본으로

복제 요청엔 '저작권' 이유로 거절…부석사 "기록으로라도 남길 것"
이한나 기자 2025-05-04 11:15:33
▲서산 부석사로 돌아온 고려금동관세음보살좌상

64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고려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부처님오신날인 5일,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의 마지막 친견법회를 끝으로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다. 불상은 오는 10일 오전 열릴 송불의식을 마친 뒤 일본 쓰시마섬의 간논지(觀音寺)에 인계될 예정이다.

부석사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부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친견법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약 4만 명이 다녀갔다. 정부의 문화재 환수 노력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는 1만5천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에 공개된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고려 후기인 14세기, 충남 서산 일대 사찰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뒷면 결연문에는 “서주(서산)의 사찰에 봉안하려고 만들었다”는 문구가 남아 있다. 학계는 이 불상이 1378년 왜구의 침입 당시 약탈돼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 600년간 일본 간논지에 보관돼 있던 불상은 2012년 10월 국내로 밀반입되면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소유권을 주장한 부석사는 2016년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선 승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은 2023년 10월 “간논지가 취득시효 요건을 충족했다”며 소유권을 일본 측에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이후 일본 반환이 확정됐으나, 부석사 측이 “불상을 모시고 법회를 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간논지가 이를 수용하면서 100일간의 임시 봉안이 허락됐다. 불상이 부석사로 돌아온 건 학계 기준 약탈 추정 연도인 1378년을 기준으로 정확히 647년 만이다.

고려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높이 50.5cm, 무게 38.6kg 규모로, 섬세한 손가락 표현과 옷 주름 등 조형미가 뛰어나다. 부석사에 따르면 석 달간 방문객 수는 평소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사찰을 찾은 초등학생들은 “꼭 다시 만나요”, “꽃보다 예쁜 관세음보살님 사랑해요” 등의 글을 남기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출처=연합뉴스

부석사 측은 불상의 복제본 2점을 제작해 1점은 연구용으로, 다른 1점은 금동 재현 후 봉안할 계획이었으나, 일본 간논지 측이 ‘저작권’을 이유로 3D 스캔 협조를 거부하면서 현재 제작은 보류된 상태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약탈 문화재가 원래 소장처로 돌아가야 본래 가치를 발현할 수 있고, 그런 사회가 문명사회”라며 “우리가 못한 것을 후손들이라도 환수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겠다”고 말했다. 불상을 떠나보내는 송불의식은 10일 오전 10시, 부석사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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