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주인이 책임져야”라더니… 윤 전 대통령, 반려견 두고 떠났다

최현서 기자 2025-04-19 12:44:49
▲투르크 국견 해피와 조이,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메니스탄 순방 중 선물 받은 알라바이 견종 반려견 2마리가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계속 지내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이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파양 논란을 비판하며 “강아지는 키우던 주인이 계속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했던 점과 상반된 행보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공원과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견인 알라바이 ‘해피’와 ‘조이’는 앞으로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견사에서 전담 사육사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게 된다. 두 마리는 생후 약 40일이던 지난해 6월 국내에 들어와 한동안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지냈으며, 같은 해 11월 서울대공원으로 이관됐다.

알라바이는 최대 몸무게 100kg, 몸길이 2m에 달하는 초대형 견종으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늑대 등 야생동물로부터 가축을 보호하는 사역견으로 활용된다. 서울대공원은 “해피와 조이는 두 달 이내 몸길이 2m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이견들을 데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이로 인해 윤 전 대통령이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했던 발언과의 ‘이중 잣대’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해당 알라바이 두 마리는 2022년 3월 신설된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에 따라 ‘대통령선물’로 분류됐으며, 대통령기록관이 서울대공원으로 관리권을 이관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이상, 이들을 민간이 입양하거나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제는 사육비용이다. 현행 대통령기록물법과 시행령에는 동식물 이관 시 사육비 지원 관련 조항이 없어, 서울대공원이 자체 예산으로 사육을 이어가야 한다. 이와 유사하게 문 전 대통령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 역시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으로 옮겨졌지만, 별도의 예산 지원 없이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해 9월,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동물을 선물받는 행위를 지양하고, 부득이한 경우 적절한 보호와 관리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 의원은 “동물 외교는 오래된 외교 관행이지만, 유대와 교감이 필요한 생명을 단지 ‘기념품’처럼 주고받는 것은 가혹하다”며 “결국 책임은 동물원 등 공공기관이 떠안게 되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피와 조이는 전담 사육사의 손길 아래 지내고 있으며, 서울대공원 측은 동물 복지를 고려한 사육 환경 개선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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