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위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과 손잡고 1천억 달러(약 137조 원) 이상의 대미 투자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이 제안한 5천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에 맞서 한국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24일 통상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HD현대 등 10대 그룹으로부터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모아 조만간 미국 측에 제안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제안은 당초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에서 전달될 계획이었으나, 미국 재무장관의 일정 변경으로 협의 일정은 잠정 연기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순수 투자 계획만으로도 1천억 달러에 달한다”며 “정책금융기관을 동원한 펀드 조성 방안도 검토 중이며, 투자 총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은 JBIC(일본국제협력은행)와 무역보험 등을 통해 투자펀드를 구성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바 있다.
이번 한국의 제안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일본은 지난달 도요타·혼다 등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미 투자 규모를 5천500억 달러로 확대 제시했고, 그 결과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성과를 얻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선례를 염두에 두고 현대차·삼성전자·SK 등 주요 기업들과 잇따라 접촉해 대미 투자 계획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이 직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 미국 조지아 차량 공장 확장, 루이지애나 철강 공장 신설 등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370억 달러 이상을, SK하이닉스는 38억 달러를 각각 투자해 반도체 생산 기지를 미국에 조성 중이다.
항공·조선 분야도 협상 카드로 포함됐다. 대한항공은 보잉 및 GE에어로스페이스와 327억 달러(48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화그룹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조선 분야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향후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KIC) 등의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일본처럼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협상이 향후 시장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에서 현대차 쏘나타는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보다 5~8% 저렴하지만, 관세가 높게 유지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5% 관세가 유지되면 현대차는 월 4천억 원, 기아는 월 3천억 원의 관세 부담을 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처럼 대규모 투자 약속이 실질적인 관세 인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번 한국의 투자 제안이 한미 통상 협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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