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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아파트 화재, 누전 추정…“불붙은 단열재가 화 키웠다”

고은희 기자 2025-07-18 17:07:32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한 아파트에서 18일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사망자 3명, 중상자 23명, 경상자 40명 등 총 65명의 인명피해가 확인됐다. 불은 지난 17일 밤 9시 10분쯤 아파트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돼 옥상까지 삽시간에 번졌으며, 1시간 20여 분 만에 진화됐지만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

18일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한 합동감식에서,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1층 주차장 천장 내부 케이블 트레이에서 전선이 끊어진 흔적(단락흔)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를 토대로 누전(전기 합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밀 감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전기적 사고에 그치지 않았다. 케이블 트레이 주변에 설치돼 있던 가연성 단열재가 빠르게 불길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단열재는 ‘아이소핑크’로 불리는 발포폴리스티렌계 재질로 추정되며, 고열에 쉽게 타면서 유독가스를 다량 발생시키는 특성이 있다. 소방 관계자는 “이 단열재가 불에 타면서 연소 확대를 부추기고,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해 대피가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법률상 마감재는 불연재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 아파트는 2014년 사용 승인 당시 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이런 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숨진 3명의 주민은 모두 저층부에서 발견됐다. 소방이 완진을 선언하기 불과 20여 분 전, 극적으로 구조된 한 주민 A씨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집 안 화장실에 가족들과 숨어 젖은 수건으로 입을 막고 있었는데, 구조대가 오기까지 50분이 걸렸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집 안은 이미 다 타 있었고, 화장실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아파트 스프링클러와 경보 시스템의 작동 여부도 쟁점이다. 경찰은 당시 화재경보 작동 및 피난유도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아파트 구조상 1층이 개방된 필로티 구조였던 만큼 불길이 위층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는 구조적 특성도 화재 확산의 주요 요인이 됐다.


▲불길 치솟는 광명 아파트 / 사진= 연합뉴스

광명시는 현재 광명시민체육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13세대, 30여 명의 이재민을 수용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텐트와 침구, 식수 등이 제공되고 있으며,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 이재민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집을 잃어 막막하다"며 향후 주거 복구와 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안전관리 실태, 구조 지연 여부 등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전기설비의 관리 부실 여부, 단열재의 불법 시공 가능성, 화재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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