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뉴스

이스라엘, 이란 공습에…금융시장 ‘전쟁 공포’ 흔들

고은희 기자 2025-06-13 14:23:00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이란 전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중동 지정학적 위기가 다시 불붙으면서 국내외 증시는 하락세로 전환했고, 국제유가는 폭등했으며 안전자산에는 매수세가 쏠렸다.

▶ 국내 증시 상승세 급제동…기관·외국인 매도세 확대

13일 코스피는 장 초반 2,930선을 웃돌며 상승 출발했지만, 이스라엘 공습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 전환했다. 장중 2,900선이 무너지며, 전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흐름에 급제동이 걸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5,100억 원 이상, 외국인은 400억 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은 5,500억 원가량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 환율 급등…국제유가·금값 동반 상승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360원대 후반까지 상승하며 원화 가치가 약세로 전환됐다. 국제유가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3% 이상 폭등하며 배럴당 77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도 배럴당 78달러 이상에서 거래됐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KRX 금시장에서도 1kg 금 현물 가격은 g당 15만 원대로 뛰어올라 전일 대비 2% 이상 상승했다. 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위험자산은 각각 1%, 5% 넘게 하락해 온도 차를 보였다.

▶ 전면전 가능성 주시…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이스라엘은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작전명 아래 이란 나탄즈 핵농축시설과 테헤란 동부의 혁명수비대 본부 등 핵 관련 인프라 수십 곳을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국영 방송은 사망자 중에 혁명수비대 총사령관과 핵 과학자들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혹독한 보복”을 경고하며 반격을 예고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수로가 마비될 수 있어 시장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전 세계가 무력 충돌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CIA 출신의 원유시장 전문가 헬리마 크로프트는 “이번 공격은 전면전에 준하는 전략적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 정부, 긴급 회의 소집…“시장 상황 면밀히 모니터링”

기획재정부는 이형일 제1차관 주재로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와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 중이다.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 및 원자재 수급,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이 이란의 대응 수위와 미국의 개입 여부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군사 도발이 아닌 핵과 안보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의 확산”이라며 “전쟁 리스크가 다시 주식시장 조정의 명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은 현실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며 미 대사관 직원의 일부 철수를 명령해 긴장감을 높였다.

금융시장과 국제 정세가 모두 중대한 갈림길에 선 가운데, 전 세계가 이란의 대응과 국제사회의 중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