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4o 음주 문제와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습관이나 환경 요인을 넘어 유전적으로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코올 의존이나 폭음과 같은 음주 문제가 조현병, 우울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과 공통된 유전적 기반을 공유한다는 분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연구팀(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삼성서울병원)은 11일, 전 세계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43만 명 이상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음주 문제와 주요 정신질환 간 유전적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 기법을 통해 음주 문제와 조현병, 우울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등 여러 정신질환 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 구조를 추적했다. GWAS는 사람의 유전체 전반에 걸친 유전변이를 조사해 특정 행동 특성이나 질환과 연관된 유전자를 찾아내는 분석 방식이다.
분석 결과, 음주 문제는 조현병과 73%,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65%, 자폐스펙트럼장애와 60%, 양극성장애와 50%,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46%, 우울장애와는 39%의 공통된 유전 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주 문제와 정신질환이 단순한 생활 습관의 결과를 넘어, 공통된 생물학적 토대 위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특히 두 질환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도 특정했다. 도파민 신경전달 체계를 조절하는 ‘TTC12’와 ‘ANKK1’ 유전자가 그것으로 이들 유전자는 충동 조절과 보상 추구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향후 표적 치료 전략 수립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명우재 교수는 “많은 정신장애 환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선택하지만 이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를 동시에 겪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기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원홍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신 통계 기법과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합 질환 간 유전적 연결성을 정밀하게 밝혀낸 것”이라며 “향후 이러한 유전적 관계를 반영한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알코올 의존과 폭음은 단순한 음주를 넘어 자기 조절력 저하, 사회·직업 기능 손상, 신체·정신 건강에 대한 포괄적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조현병이나 우울장애 같은 정신질환이 동반될 경우, 치료 경과가 악화되거나 재발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현장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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