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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민정책 규탄 시위 미 전역으로 확산…LA, 일부 통행금지

고은희 기자 2025-06-11 14: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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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시위 / AFP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을 둘러싼 격렬한 반발 속에, 일부 지역에서는 소요 사태와 약탈이 발생하자 LA 당국은 도심 통행금지령까지 발동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까지 시위가 닷새째 이어진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시청과 연방 구금센터 주변 등에서 수천 명이 모여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규탄하며 구금된 이민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경찰은 시위 해산 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긴 113명을 체포했으며, 약탈 등 혐의로 14명을 추가로 구금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으며, 차량과 상점 일부는 방화·약탈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시위대 일부가 전문 시위꾼 또는 무정부주의자 단체 소속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외국 깃발을 든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선동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대가를 받고 활동하는 조직적인 세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열린 연설에서 이번 시위를 “미국 도시에 대한 외국의 침공”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도시가 무법과 제3세계식 혼란에 함몰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폭도와 범죄조직으로부터 LA를 해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병대 700명과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2,000명을 추가로 LA에 배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로써 총 4,700명의 병력이 LA에 주둔하게 됐다. 그는 "군대는 매우 엄중한 무력이 될 것"이라며 시위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병력 주둔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LA 시는 밤 시간대 통제를 강화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속되는 소요와 약탈을 막기 위해 다운타운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통행금지 시간은 매일 밤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기자, 거주자, 긴급 구조 인력 등을 제외한 일반인은 이동이 제한된다.

LA 경찰국은 “도심 프리웨이 점거 등 불법 행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위 현장을 악용한 약탈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추가 체포를 예고했다. 최근 며칠 간만 해도 아디다스, 애플스토어, 약국 등 다수 상점이 타깃이 됐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폐쇄 상태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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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불법이민 단속 반대 시위 / LA AFP = 연합뉴스


한편, 시위는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오스틴, 디트로이트 등 미 전역 15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평화 집회를 열었으나 밤늦게 소규모 충돌이 발생했고,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앞에서는 최소 9명이 체포됐다. 텍사스 오스틴 주의회 앞 시위에서도 수십 명이 연행됐다.

이번 시위는 오는 14일 트럼프 대통령 생일과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또 한 번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인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예고된 상태로, 주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불법 이민자 탄압에 맞서 미국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미국의 기본 가치와 헌법 정신을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군 병력 투입이 오히려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외 여론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미국 내 이민 정책과 법치, 인권을 둘러싼 첨예한 충돌은 새로운 정치적 시험대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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