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그동안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중심지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던 상승세가 최근 들어 성북구, 노원구, 금천구 등 외곽 지역으로 확산되며 실수요자들과 시장 전반의 불안감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성북구의 상승 거래 비중은 46.8%로 전월(42.3%) 대비 4.6%포인트 증가했다. 노원구(44.5%)와 금천구(46.3%) 역시 각각 4.5포인트, 1.6포인트 상승하며 서울 전체 평균 상승 비중(47.9%) 증가폭(0.6%포인트)을 웃돌았다. 거래량 또한 늘어나는 추세로, 성북구 258건, 노원구 338건, 금천구 45건이 각각 신고됐다. 실거래가 신고에 최대 2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거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고가 거래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 자이레디언트’ 전용 84㎡는 14억4750만원, 노원구 중계동 ‘중계 한화꿈에그린 더 퍼스트’ 전용 121㎡는 13억2900만원에 거래되며 각각 기존 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외곽 지역의 거래 급증과 가격 상승은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를 앞둔 실수요자들의 ‘대출 막차’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성북, 노원, 금천은 실수요에 민감한 지역”이라며 “대출 규제로 자금 운용에 제한이 생기기 전에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이 용이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이러한 상승 흐름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노원구 역시 전 지역이 아니라 학군이나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일부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라며 “이 같은 국지적 상승을 일반화해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시장 불안이 단순한 지역적 확산을 넘어 거시경제 차원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여지가 커졌다. 지난 6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8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고, 상승 폭도 0.19%로 11주 만에 가장 컸다.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TF에서 ‘경기 부양’을 주문하며 재정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시장에는 ‘돈이 풀린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공급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심리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울 집값과 민간부채는 불가분의 관계다. 한국은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2023년 기준 207.4%로, 일본이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이던 1994년의 214.2%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가계대출도 지난달 한 달 동안 6조원 가까이 증가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집값 상승이 가계부채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 속 과열’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과거처럼 무분별한 기대심리가 팽배해지면, 조정은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명확한 공급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하고 시장 심리를 안정화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면, 서울 집값의 불안한 상승세는 결국 서민 주거난, 금융 불안, 국가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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