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현미경으로 촬영된 화농성연쇄상구균 감염자의 7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0명 중 1명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는 세균이 있다. 바로 A군 연쇄상구균(Group A Streptococcus, GAS)이다. 편도염이나 피부염처럼 가벼운 질환부터, 살을 파먹는 괴사성 근막염과 독성쇼크증후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염을 일으키는 이 세균이 국내에서도 변이 형태로 확인되며 방역당국의 경계심이 요구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현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 사례는 총 383건. 이 중 14.4%가 사망했고, 11.7%는 심각한 후유 장애를 겪었다. 절개 수술이나 절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고,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더욱이 이 수치는 감시체계 없이 수집된 통계로, 실제 감염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도 관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영국의 21세 여성 루시 슬로슨은 터키 여행 중 모기에 물린 뒤 이전에 앓았던 A군 연쇄상구균 감염이 재발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시력 저하, 다리 변색, 전신 통증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기능성 신경 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의료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피부를 통해 세균이 침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모기 물린 부위를 비위생적으로 긁거나 상처를 방치하면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변이균의 등장이다. 기존 균주보다 더 빠르게 퍼지고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하는 ‘M1UK’ 변이 A군 연쇄상구균이 국내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2020년과 2023년에 각각 1건씩 확인됐으며, 이 균주는 이미 영국 등에서 아동 사망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에 대해 전수 또는 표본 감시체계를 운영하며 유행 상황과 변이 양상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관련 감시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다. 감염 규모, 위험 요인, 유행 주기 등을 파악할 수 없고, 새로운 변이 출현 시에도 조기 대응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전국 단위 감시망 구축과 표준화된 역학조사 체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A군 연쇄상구균 감염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조기 진단이 관건이다. 고열, 심한 인후통, 피부 발진, 전신 무력감 등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하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손 위생 관리와 상처 소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감염자는 침방울이나 피부 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감염 의심자와의 접촉도 피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A군 연쇄상구균을 더 이상 ‘드문 병’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조용히 퍼지는 고위험 세균 앞에, 지금은 감시체계를 갖추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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