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4o 유럽에서 동일 남성의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 중 최소 10명이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정자은행의 유전자 검사 체계와 기증자 출산 제한 기준에 대한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생명과학계에 따르면 프랑스 루앙대학병원 생물학자 에드비쥬 카스퍼 박사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인간유전학회(ESHG) 연례회의에서 “TP53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한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67명 중 10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기증자는 희귀한 유전자 변이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당시 정자은행의 검사 기준을 통과한 상태였다. 해당 변이는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과 관련이 있다.
해당 정자는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프랑스, 독일, 덴마크, 영국 등 유럽 8개국의 46개 가정에 제공됐고, 이 기간 최소 67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이 중 10명이 뇌종양, 림프종 등으로 암 진단을 받았으며, TP53 변이를 보유한 추가 13명은 현재까지 발병하지 않은 상태다.
정자 기증이 이뤄진 곳은 덴마크의 민간 정자은행이었다. 이 정자은행 측은 “당시 TP53 변이의 질환 유발 가능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기증자 역시 건강한 상태였다”며 “검사 항목의 한계를 고려할 때, 예방적 유전자 검사의 완전한 안전성 확보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동일 기증자의 출산 제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유럽 각국은 기증자 1인당 출산 가능 자녀 수를 프랑스 10명, 덴마크 12명, 독일 15명 등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EU 차원의 통합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2023년 네덜란드에서는 500명 이상의 자녀를 둔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정자 기증 금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유전질환 전파와 근친 가능성,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카스퍼 박사는 “기증자 유전자 검사 시스템의 한계와 출산 추적 체계 부재가 맞물린 복합적 문제”라며 “유럽 차원의 통합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TP53 돌연변이를 보유한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약 50%에 달한다. 변이 보인자는 발병 여부와 무관하게 정기적인 전신·뇌 MRI 및 유전자 추적 검사가 권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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