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집에 있다" 쪽지 남기고 숨진 어머니, 익산 모녀의 비극

최현서 기자 2025-05-19 14:44:38
▲사진=연합뉴스

전북 익산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가 남긴 짧은 쪽지 한 장은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모녀의 비극적인 사연을 세상에 알리는 단서가 됐다.

19일 전북경찰청과 익산시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께 익산시 모현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60대 여성 A씨가 추락사한 채 발견됐다. A씨는 숨질 당시 몸에 자신의 집 열쇠와 손바닥 크기의 쪽지를 지니고 있었다. 쪽지에는 “하늘나라로 먼저 간 딸이 집에 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해당 쪽지를 바탕으로 A씨의 거주지를 확인했고 사고 지점에서 약 600m 떨어진 아파트에서 20대 딸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B씨 역시 생전에 힘든 상황을 기록한 문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서 작성 시점과 시신 상태 등을 토대로 B씨가 지난 3월 말쯤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녀는 모두 지병을 앓고 있었으며 경제적 어려움도 겪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씨는 매달 약 12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왔으나, 지난해 장녀와의 연락이 끊기고 해당 가구가 긴급복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의료·생활급여 약 100만 원이 중단됐다. 실질적인 지원금은 주거급여 20만 원 정도만 남은 상태였다.

병원 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원이 줄어든 가운데, 의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생활고가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딸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A씨가 극심한 심리적·경제적 압박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가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린 정황이 복수로 확인됐다”며 “A씨의 사망 경위는 비교적 명확하나 딸 B씨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위기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증 질환을 앓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급여 축소와 행정적 절차 변경이 생계와 치료를 위협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우울감이나 극단적인 선택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을 경우,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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