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덮친 '노쇼(No-Show) 사기'. 임영웅, 송가인 등 연예인, 정치인 사칭 피해 급증
대선 앞두고 특정 정당 이미지 실추 목적 추정도
고은희 기자2025-05-18 09:49:48
연예인이나 정치인, 공무원 등을 사칭해 음식점 등에 고액 예약을 한 뒤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 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기범들은 유명인의 이름을 이용해 업주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특정 업체에서 고가의 주류나 물품을 대리 구매하도록 유도해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피해 식당과 피의자의 대화내역 / 제공=문진석 의원실
이달 13일, 충남 천안에선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비서관을 사칭한 인물이 식당 6곳에 전화를 걸어 "의원님이 참석하는 회식을 예약하고 싶다"며 특정 와인을 구입하도록 했다. 실제 와인값을 보낸 업주는 1천만원 넘게 피해를 봤다.
하루 전에는 증평에서도 의원실을 사칭한 노쇼 사기가 일어났다. 참치 횟집을 운영하는 A(60대)씨는 지난 12일 오후 6시 7분께 한 남성으로부터 예약 전화를 받았다.자신을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실 보좌관 박민재'라고 소개한 그는 "오는 14일 오후 7시까지 100만원 한도 내에서 10인분의 음식을 준비해달라"고 예약했다. 그러나 예약4시간을 앞두고 돌연 "의원님 일정이 변경됐다"며 예약을 취소했다. 확인 결과, 임의원실에 박민재라는 이름의 보좌관은 없었다.
▲이광희 의원 페이스북 캡처
정당 관계자를 사칭한 이런 노쇼 사기는 강원과 경남, 대전, 천안 지역에서도 발생했다. 민주당 이광희(청주 서원구) 국회의원은 이날 SNS에 자신의 자녀를 사칭한 결혼식 청첩장 링크를 담은 문자 사진을 올리고 "저를 사칭한 스미싱 문자가 돌고 있다는 제보받았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노쇼 사기를 자행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경기 수원의 한 음식점 주인 A씨는 자신을 유명 연예인 소속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남성은 "콘서트 후 연예인이 회식할 예정인데 특정 와인업체에서 와인을 구매해달라"고 요청했다. 남성은 실제 소속사와 와인업체의 명함 사진을 보내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A씨가 3천만원을 입금한 뒤 연락은 끊겼고, 소속사와 와인업체 명함 모두 가짜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소방 공무원을 사칭해 5천500만원 상당의 방화복 대리결제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노쇼 사기는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기범들은 주로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의 소속사나 캠프 직원으로 위장하며, 실제 존재하는 업체 이름이나 명함을 제시해 신뢰도를 높인다. 예약과 함께 대리결제를 유도하며 "나중에 한 번에 결제하겠다"고 안심시키는 수법을 쓴다.
최근에는 임영웅을 비롯해 송가인, 하정우, 성시경 등 유명 연예인과 방송사 제작진까지 피해 대상이 됐다.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 측은 "이런 방식의 사기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외부에 금전 이체나 물품 구매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피해가 속출하자 방송사와 정당 등도 잇달아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제작진을 사칭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자,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칭 연락에 절대 응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를 사칭한 사건에 대해 "후보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의도의 범죄"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피해가 전화나 문자메시지로만 이뤄져 추적이 쉽지 않다"며 "단체예약은 반드시 일정 부분 선입금을 받고, 전화상으로 이뤄지는 대리 구매 요청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발생하는 유사 사건을 집중 수사하는 한편,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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