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과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연합뉴스) “이란과 관련해 나는 영원한 적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꺼낸 말이다. 집권 2기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 3개국(사우디·카타르·UAE)을 찾은 트럼프 외교의 기조를 압축하는 대목이다.
이번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지정하고 현상금 1천만 달러를 걸었던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과 전격 회담을 가졌다. 알샤라는 과거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누스라 전선을 이끌던 인물로, 한때 미국의 주요 위협으로 간주되던 존재다. 트럼프는 회담 다음 날,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알샤라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지난해 말 친러·친이란 노선의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서방·친아랍 노선을 취하고 있다. 알샤라 측은 회담에서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미국 기업 투자와 광물 협정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상대의 과거가 아닌 현재 가진 전략적 자산과 이익에 집중하는 ‘실리 외교’를 다시 한 번 현실로 보여줬다. 기존 외교 문법을 벗어나, ‘가치’보다 ‘거래’를 우선시하는 그의 방식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제적 실익도 빠르게 나타났다. 백악관은 이번 순방을 통해 사우디 6천억 달러, 카타르 1조2천억 달러, 아랍에미리트 1조4천억 달러 등 총 3조 달러 규모의 투자 및 경제 협력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사우디 투자포럼에는 샘 올트먼, 젠슨 황, 리사 수, 일론 머스크 등 미국 빅테크의 대표 CEO들이 대거 참석해 ‘오일머니’와의 전략적 접점을 넓혔다.
▲15일 UAE로부터 최고등급 훈장 받는 트럼프(출처=연합뉴스) 이 같은 파격 외교 앞에, 트럼프 일가의 사업과 얽힌 관계 속에서 대통령직을 이용한 사적 이익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카타르 왕실로부터 4억 달러 상당의 초고가 전용기를 선물 받은 사실과 트럼프 일가가 중동에서 추진 중인 부동산·가상화폐 사업 등은 미국 내에서 이해충돌 의혹을 키우고 있다. 백악관은 관련 사업은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언론들은 그가 가족 기업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영원한 적은 없다’는 원칙 아래 적성국과도 손을 잡는 트럼프식 외교는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는 1기 시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인물이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을 ‘핵을 가진 나라의 지도자’로 지칭하며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언급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내 일각에선 트럼프가 완전한 비핵화를 고집하지 않고, ICBM 등 미국 위협 수준의 무기만 제한하는 조건으로 일부 제재를 해제하는 ‘부분 거래’를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과거 “북한은 해안가가 많고 콘도를 지을 능력이 있다”고 말하며 관광 인프라나 경제 개발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전직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인 랜들 슈라이버는 최근 “트럼프가 어느 시점엔 다시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핵 문제를 넘은 경제·안보 의제를 중심으로 협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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