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앞두고 발표된 전국 및 지역 교사 실태조사 결과가 한국 교원의 위상과 근무환경의 추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년까지 교직을 유지하겠다’는 교사는 40%에 미치지 못했고, 80% 이상의 교사들은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스승의날인 15일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 / 출처=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교사 2,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66.77%가 현재 근무환경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14일 밝혔다.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5.11%, ‘별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66%에 달했다.
‘정년까지 교직을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는 38%만이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62%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 이유로는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불안, 과중한 행정업무, 교권 하락, 연금 개악, 높은 스트레스와 관리자의 무책임 등이 지적됐다.
교권 침해에 대한 보호 인식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교사의 81%가 교권 침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홀로 지고 있다는 답변도 56%에 달했다. 교사의 수업권과 평가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절반 가까운 48%에 이르렀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별 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전교조 충북지부가 도내 교사 5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78%가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고, 정년까지 교직을 유지할 의사가 있는 교사는 35%에 불과했다. 충북지역 교사의 52%는 현재의 근무환경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인천교사노동조합이 7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선 최근 3년간 명예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교사가 63%에 달했다. 또 “내 직업은 사회에서 존중받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이 64%에 달했으며, 긍정 응답은 고작 8%에 그쳤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경기도 교사 3,4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업보다 행정업무를 우선한 경험이 있다는 교사가 무려 90.8%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근 1년간 학생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교사도 56.3%에 달했다.
교대 진학 선호도 하락도 교사 위상 변화의 상징적 결과로 보인다. 종로학원이 발표한 2025학년도 초등교육과 수시·정시 합격점수 분석에 따르면 일부 교대는 6등급대 학생까지 합격할 정도로 교대의 위상이 떨어졌다. 한때 선망의 직업이었던 교사가 ‘기피 직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교조는 "교육 당국은 저출생을 이유로 매년 교사 수를 3000명 이상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과밀학급 문제로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사의 근무 여건은 곧 학생의 학습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위한 교사의 근무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가 주체가 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교사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을 교육 전문가로 대우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승의 노고에 감사하며 위로하는 오늘,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현실은 스승의 날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교사가 주체가 되는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전문가로서 교사의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방안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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