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와 시장금리 하락세를 반영한 조치지만, 고금리를 찾아 저축상품에 몰렸던 ‘예금 풍선효과’는 꺼지고, 소비자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 은행의 ATM / 출처=연합뉴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13일부터 예·적금 기본금리를 최대 0.30%포인트(p) 인하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하나의 정기예금',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 등 총 12개 상품의 금리를 0.10~0.30%p 낮췄고, 우리은행도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0.20%p 인하했다. 이로써 연 2.0%였던 해당 상품의 금리는 연 1.8%로 조정됐다.
카카오뱅크 역시 오는 15일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 및 자유적금 금리를 각각 0.10%p 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유적금 금리는 연 3.0%에서 2.9%로, 정기예금은 2.8%에서 2.7%로 하향된다.
은행권의 수신 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촉발됐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도 채권금리와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보이며, 은행들도 수익성을 고려해 예·적금 금리를 속속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기준 시중은행의 자유적립식 적금 평균 금리는 세후 2.29%에 불과하며, 세후 이자율이 3%를 넘는 상품은 단 하나도 없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적금 금리가 3%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하락세다. 특히 하나은행의 '내맘적금'은 세후 이자율이 1.78%에 그치며 1%대 상품도 다수 등장했다.
소비자 불만 확산…“이제 어디에 돈을 넣나” 금리 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축의 유인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금이자 수익으로 생활비 일부를 충당하던 고령층과 안전자산 위주로 자산을 관리하던 일반 가계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60대 김영랑 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4% 가까운 금리를 받았는데 지금은 2%대도 어렵다”며 “정기예금 말고는 돈을 둘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향후 전망은?…기준금리 인하 따라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하락세로 전환될 경우 수신금리 역시 단계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진다는 건 그만큼 자금이 시중에 풀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계 소비 회복과 기업 투자 여건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갈 곳 잃은 돈’이 다시 부동산이나 주식 등 고위험 자산으로 몰릴 경우 생기는 부작용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투자처를 고민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정보 부족에 따른 피해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며 “은행권은 금리 조정에 앞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정보 제공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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