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범죄 정황 속속 드러나

최현서 기자 2025-04-19 12:01:52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해 살인 및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가장 A씨가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 A씨(50대)를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부모와 아내, 두 딸까지 총 5명의 가족을 살해한 그는 수면제를 미리 준비하고 범행 직후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계획범죄의 전형을 따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범행 동기 및 수법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용인시 수지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80대 부모, 50대 아내, 10~20대 두 딸에게 수면제를 탄 식음료를 먹인 뒤 이들이 잠들자 모두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인 15일 새벽 1시경, 그는 곧바로 승용차를 몰고 광주광역시 동구의 오피스텔로 달아났다. 경찰은 이 같은 이동이 사전에 계획된 경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수면제 역시 범행 당일 갑자기 구한 것이 아닌 일정 기간에 걸쳐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범행 시간, 수면제 사용, 이동 경로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계획범죄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족 구성원 중 저항하거나 신고할 사람이 있을 수 있음을 알고 수면제를 이용했을 것”이라며 “가장 취약한 밤 시간대를 노린 점도 치밀한 범죄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파트 분양 사업을 하다 계약자들에게 고소를 당해 막대한 채무를 떠안게 됐고, 이 빚을 가족에게 넘길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범행 후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겼고, 비슷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또 다른 가족에게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도피 중 머물던 광주 오피스텔을 추적해, 최초 신고 약 30분 만인 15일 오전 10시 30분께 그를 검거했다. 당시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의식이 흐린 상태였으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한편 경찰은 범행의 비정상적 동기와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소속 공은경(46) 경감이 투입됐으며, 그는 과거 강호순, 이춘재 사건의 자백을 이끌어낸 프로파일링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프로파일링 면담을 통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분석하고, 반사회적 성격장애(사이코패스) 검사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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