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로 별세... 마지막까지 연극 무대에 서며 후배 양성에 헌신
배우에서 국회의원, 예능인까지 폭넓은 활약
송성용 기자2025-11-25 15:16:04
▲<2021년 연극 '리어왕'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 취하는 배우 이순재 / 사진: 연합뉴스 >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온다"며 살아온 '영원한 현역' 이순재가 25일 새벽,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해까지 연극과 드라마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했으나 연기에 대한 열정은 마지막까지 식지 않았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 재학 시절 연기에 눈을 떴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그는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며 방송계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허준', '이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연기 인생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사극, 가족극, 시트콤, 예능까지 아우르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특히 70대에 접어들어 출연한 '하이킥' 시리즈에서는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벗고 코믹 캐릭터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야동 순재', '직진 순재'라는 별명은 그가 대중과 얼마나 가까운 배우였는지를 보여준다.
연극 무대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세일즈맨의 죽음', '리어왕', '앙리할아버지와 나' 등에서 주연을 맡아 깊은 울림을 전했다. 특히 '리어왕'에서는 200분에 달하는 대사를 완벽히 소화하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2023년에는 직접 연출을 맡아 체호프의 '갈매기'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당시 민주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서울 중랑갑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잠시 정치권에도 몸담았다. 그러나 그는 정치보다 연기에 더 큰 애착을 보여 이후 오로지 배우로서의 길을 걸었다.
후학 양성에도 헌신적이었다. 1998년부터 세종대, 최근까지는 가천대에서 석좌교수로 활동하며 젊은 배우들과 소통했다. 그는 연기를 가르치는 시간이 곧 자기 성찰의 시간이라며 교육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이순재는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당시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며 "시청자에게 평생 신세를 졌다"고 말해 큰 울림을 남겼다. 그는 마지막까지 연기를 준비했고, 기회를 기다렸다.
영화, 방송, 연극을 넘나들며 반세기 넘게 대중과 호흡한 이순재는 단순한 배우를 넘어 한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인이었다. 그의 빈자리는 크고, 남긴 유산은 깊다. 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과 철학은 후배 배우들에게 길이 남을 교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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