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지시간)21일 88세로 선종했다. 2013년 바티칸 제266대 교황으로 취임하면서 청빈의 대명사였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교황명으로 선택했던 교황. 12억 카톨릭 신자를 넘어 세계인이 존경하는 '정신적 지도자'로, 때로는 다정한 '파파'로 지난 12년간 세계 곳곳의 가난한 이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해왔다.
오늘 그의 선종 소식을 접하고 나는 3년 전, 교황청에서 느꼈던 온기와 감동을 떠올렸다. 당시 나는 KBS PD로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추기경을 취재하기 위해 바티칸을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여성과 비유럽권 성직자들을 요직에 고르게 등용하며 교황청의 조직을 개혁해나가고 있었다. 그의 생각, 행동,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카톨릭 뿐 아니라 세계에 전하는 혁신적인 변화와 평화의 메시지였다. 나는 한국에도 그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유흥식 추기경도 그 뜻에 함께해줬다. 교황청을 통해 공식적 섭외 절차를 밟으면서 개인적으로도 교황을 설득해줬다.

2022년 8월 24일, 교황청 바티칸 바오로 6세 강당에서 마침내 그 꿈은 이뤄졌다. 교황은 한국의 시청자들을 위해 바쁜 일정을 조정해 카메라 앞에 섰다. 나는 극도의 긴장과 흥분 속에 교황을 마주했다. 국내 언론사 최초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대담이었다. 교황은 천천히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전쟁으로 신음하는 세계를 우려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가 형제애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북한을 방문할 생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도 당부와 격려를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는 취재진 한 명 한 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남북의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전한 그는 환한 미소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했다. 그가 잠든 오늘, 나는 서랍 속에 깊숙이 보관해두었던 파일을 꺼냈다.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잠들었지만 그의 메시지는 오늘도 전쟁과 빈곤, 차별에 고통받는 세계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당시 교황과 나눈 대담 전문을 공개한다.
송기윤 교황님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지난 2014년 한국 방문 당시 4박 5일 128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지금 다시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교황 여러분의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송기윤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님이 성직자부 장관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신 이유를 여쭙고 싶습니다.
교황 유 추기경님은 많은 덕을 지니고 계십니다
유 추기경님은 좋은 자질을 많이 지니신 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분을 임명한 중요한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사제들과 무척 가까운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주교는 참으로 사제들과 가까운 사람이어야 합니다
저는 주교님을 본 적이 있고 알고 있었는데,
모두가 그분에 대해 사제들과 정말 가까운 주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저는 그분을 성직자부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송기윤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께 (그를)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하고자 하신다는 의향을 전달하셨을 때
반응이 어땠습니까
교황 네 아주 놀라셨죠, 겸손한 분이거든요
송기윤 2014년 한국 방문 전에 유흥식 추기경이 교황님께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에 초대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그 편지를 받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그리고 그 편지가 한국 방문을 결정한 계기가 되었는지요
교황 한국에 방문했던 이유는 아시아 청년대회에서의 만남이 무척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갔던 세계 청년 대회는 2013년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대회입니다.
그때 젊은이들과의 만남이 기뻤습니다.
모든 아시아 청년들과 만나는 기회를 앞두고 저의 마음이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여정 동안 참으로 아름다운 체험을 많이 했습니다.
송기윤 교황님께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깊은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적절한 때가 오면 북한을 방문할 의향이 있으신지요
교황 북한에서 저를 초대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초대를 받는 대로 저는 북한에 갈 것입니다.
송기윤 그 방문이 언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교황 북한에서 저를 초대하는 때가 제가 북한에 갈 때겠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저는 거절하지 않으니 저를 초대하라는 겁니다
제가 방문하는 목적은 언제나 ‘형제애’입니다. 형제애.
저는 모든 민족들의 형제입니다.
문화의 열쇠, 정치 상황의 열쇠, 종교의 열쇠... 저는 모두의 형제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우리 모두가 형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형제, 자매라고 말해야 합니다
목표는 바로 이러한 ‘형제애’입니다
형제간의 우애가 필요합니다
형제간의 우애가 없으면, 전쟁이 일어납니다
여러분은 전쟁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형제애의 씨를 뿌리고, 이웃과 같은 정의 씨를 뿌리고, 미소의 씨를 뿌리고,
손을 내밀어 주는 마음의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송기윤 교황님께서 유흥식 추기경을 장관으로 임명한 이유 중에
교황님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전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기대도 있었는지요
교황 주교님이나 신부님이 어떤 교황청 부서에서 일하실 때는,
단순히 맡게 된 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신도에 대해서든, 사제들이든, 어떤 문화이든...
주된 업무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교황청의 전체 메커니즘 안에 속하게 됩니다
교황의 조언자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일들을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라자로 추기경님은 추기경님이 원하시는 어떤 일이나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추기경님이 되셨으니 그분이 바라보시는 일에 대해
스스로 의견을 주시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추기경님들은 교회의 보편적 사목직을 수행하는 교황을 돕는다는 사명을 받습니다
그래서 라자로 추기경님께서는 그분이 느끼는 모든 면에서
저에게 조언을 주면서 도와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것이 그분께서 수행하시는 일입니다.
송기윤 세계는 지금 여러 가지 국제적 차원의 문제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물가 상승 문제는 가난한 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이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교황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교황 사랑하는 형제님, 이는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 세기 만에 제3차 대전까지 겪고 있습니다
1914년부터 오늘까지요.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제 1차 세계대전을,
1939년부터 1945까지 제2차 세계대전을, 그리고 지금 겪는 3차 세계대전까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야 합니다
저는 무기 생산이라는 문제가 가장 걱정이 됩니다
무기 생산으로 쓸 돈을 1년만 멈추어도 그 돈으로 전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굶주림 문제, 어린이들의 교육 문제..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무기 생산을 위해 어린이들이 굶는 것을 택하고,
어린이들이 교육받지 못하는 것을 택하고, 어린이들이 노예처럼 노동하는 것을 택합니다.
이는 우리를 파괴하는 광기일 뿐입니다
예컨대 며칠 전 러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었는지 보십시오. 그렇지 않습니까?
소녀가 탄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허공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입니다
20대 소녀와 그녀가 기다리던 미래가 함께 산산조각이 되었습니다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소년 소녀들이 부서지고 있습니까?
러시아 어린이, 우크라이나 어린이 할 것 없이 얼마나 많은 고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숨겨진 전쟁에 대해서는 아직 논하지도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25년 전 르완다에서 일어난 끔찍한 학살 말입니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시리아는 10년 넘게 전쟁 중입니다 계속 똑같습니다
예맨은 세상의 스캔들이라고 해야 합니다
왜 우리는 늘 싸워야 하며, 평화를 믿지 않습니까?
평화는 선물입니다. 우리는 매일 이 선물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평화를 위해 호소합니다
여러분은 한국인으로서 전쟁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여러분은 전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십시오. 평화를 위해 일하십시오
저는 이것이 인류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참된 행복’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전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일합니다.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송기윤 한국의 성도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교황 한국 사제들에게 첫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국은 풍부한 사제 성소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는 은총입니다.
한편으로 저는 한국에는 충분히 많은 사제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건대,
여러분들은 한국을 떠나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는 일을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세계에는 선교사들이 필요합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한국의 땅에는 이미 많은 사제분들이 계십니다.
한국을 떠나 선교 활동을 하는 것도 아름답지 않을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렇지 않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드리는 조언입니다
그리고 질문이 무엇이었지요?
송기윤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교황 남측과 북측에 있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기원하며 강복드립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해 주시기를, 여러분을 성장시켜 주시기를,
평화를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스도인과 더불어 모든 한국인들,
남쪽과 북쪽의 모든 한국 분들에게 축복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송기윤 끝으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황 젊은이들과 두 가지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바로 과거와 미래입니다.
과거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젊은이들이여, 여러분의 뿌리를 잊지 마시고 노인들을 잊지 마십시오
노인들과 대화하러 가십시오. 어서 가십시오. 그분들이 여러분의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뿌리에서 양분을 취해 열매를 맺는 좋은 나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선조들을 바라보고, 노인들을 바라보십시오. 노인들과 대화하십시오
미래의 지평선을 바라보고 창의력을 길러 크나큰 세상의 일부를 만들어 가십시오
부디 쉴 새 없이 선을 행하십시오. 이 일에 지치지 마십시오
삶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하지만 삶은 경계 없는 넓은 마음으로 살아갈 때 아름다운 것입니다
여러분, 이 일에 사활을 거십시오
넓은 지평선을 바라보되, 두 발은 굳게 여러분의 뿌리에 두십시오
감사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송기윤 / 더포커스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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