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수원시에서 다세대주택 외벽이 심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모여있는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골목길. 21일 오전 이 골목은 걱정스레 주변을 서성이는 주민들과 취재진으로 붐볐다.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다가가자 기이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외벽이 부풀어 오른 다세대 주택 건물. 외벽을 따라 1.5m 이상 균열이 발생했고, 도시가스관마저 휘었다. 외벽 마감재인 벽돌의 시멘트 미장 부분을 따라 1.5m가량 균열도 일어나있다.
주민 정모(75) 씨는 “전기와 가스도 끊겨 냉장고 안 반찬이 상할까 걱정”이라며 “병원 갈 약만 간신히 꺼내서 나왔는데 불안해서 벽을 쳐다보기도 무섭다”고 호소했다.
다른 주민 김모(53) 씨는 “시청에서 숙소를 안내받았지만 불안해서 차에서 밤을 새웠다”며 “내가 살던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전했다.
경기소방서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13분경,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있는 다세대주태 외벽이 볼록하게 부풀어 올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가스와 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입주민 13명은 긴급대피 시켰다.

국토안전관리원과 수원시, 민간 진단업체는 21일 오전 11시경부터 정밀 안전진단에 들어갔다. 일부 구조물을 뜯고 내벽 상태를 확인한 뒤 시멘트에 대한 강도 테스트 등을 했다. 안전진단업체 관계자는 “내벽과 벽돌 외벽을 연결하는 철물이 노후화되면 외벽이 자체 무게를 견디지 못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진단 결과는 이틀 후쯤 나올 예정이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건물에는 임시 지지대를 설치했다.
1990년 준공된 이 건물은 반지하를 포함한 4층짜리 건물로, 현재 8가구, 10명의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문제의 다세대주택과 맞닿은 인접 건물의 김모(83) 씨는 “20년 넘게 이 근처에 살았지만 외벽이 이렇게 부푼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인접 주택 주민들까지 포함해 총 12가구 17명을 대피시켰으며, 6가구 9명은 시가 제공한 유스호스텔에, 나머지는 친지 집 등으로 이동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외벽 마감재 문제일 경우 해체 후 재시공으로 조치가 가능하지만, 구조적 문제일 경우 대대적인 보강이 불가피하다”며 "이 건물의 경우 소규모 공동주택이어서 관련법상 정기적인 안전점검 대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점검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공통주택의 안전 실태를 다시금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과 함께 노후 건물의 정기적 점검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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