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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 “필수·지역의료 연쇄 붕괴 경고"

의사 인력 쏠림 심화…필수과 충원 ‘구멍’
수도권·비수도권 4배 격차…‘원정 진료’ 일상화
‘행위별수가제’ 한계…보상 체계 전면 손질 요구
“국민이 체감하는 개혁” … 24시간 의료 길잡이·간병 국가동행제 제안
송성용 기자 2025-08-26 10:17:04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이미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의사 인력 불균형, 왜곡된 의료 전달체계, 불합리한 보상 구조라는 ‘삼중고’에 빠져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종합 진단이 나왔다. 오늘(26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공개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 연구’ 보고서는 “현재 한국 의료는 개별 현상이 아닌 여러 문제가 겹친 ‘복합 위기’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충원율은 소아청소년과 26.2%, 심장혈관흉부외과 38.1%에 그친 반면,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이른바 ‘인기과’는 100%를 기록했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진료과가 기피되면서 인력 불균형이 의료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노력 대비 낮은 경제적 보상(31%)’이 꼽혔다.

지역 격차도 뚜렷하다. 수도권의 필수의료 전문의는 인구 1000명당 1.86명인 반면 비수도권은 0.46명으로 4배 이상 차이 난다. 이로 인해 지방 환자들의 KTX ‘원정 진료’가 일상화됐다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치료에 집중해야 하나, 경증 외래 환자 쏠림으로 기능이 왜곡됐다. 상급종합병원 외래 급여비 점유율은 2019년 9.8%에서 2023년 14.6%로 급증했다.

보사연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행위별수가제를 지목했다. 진료량에 따라 보상이 정해지는 현 제도는 고위험·고강도의 수술과 야간·응급 대응이 많은 필수의료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력·전달체계·보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해법으로는 ‘국민중심 의료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밤중 아이가 아플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하는 ‘24시간 의료이용 지원(의료 길잡이)’ 서비스 구축(전화·앱 기반 분류·연계) ▲가계 부담을 줄이는 ‘간병 국가동행제’와 ‘의료비 안심보장체계’ 도입(급성기 간병 국가 책임, 비급여·실손 관리 체계화) ▲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위한 아급성기·재택·원격의료 확대 등이다. 보고서는 “국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제도를 동시에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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