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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석유화학 재편, 성공사례로 만들겠다”…“선(先)자구·후(後)지원” 못 박아

만기연장·유동성 지원은 타당성 전제
국책은행 특별프로그램 가동…협력업체·지역경제 보호
업계 금융노출 30조원…5대 은행 대출 1년 새 2.7조원 증가
송성용 기자 2025-08-21 12:34:24

▲< 석유화학 사업재편 금융권 간담회 / 사진: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업황 부진에 빠진 석유화학 산업의 전면 재편을 뒷받침하기 위해 채권금융기관 공동협약 체계를 가동하고,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 여신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기업과 대주주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금융지원의 ‘보따리’를 풀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 금융권 간담회’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산업 전체를 한 번에 손보는 구조조정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이번 재편을 반드시 성공사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회의는 5대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무역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 두 시간 진행됐다.

권 부위원장은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주려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며 업계 일각의 ‘선(先) 인센티브’ 요구에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의지를 먼저 보여줘야 금융권이 준비한 지원 프로그램을 꺼낼 수 있다”며 “금융기관은 냉철한 관찰자·심판자이자 조력자로서 타당한 계획에 대해 적시에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의 후속인 이번 회의에서 금융권은 ▲철저한 자구노력 ▲고통분담 ▲신속한 실행을 기본원칙으로 합의했다. 구체적·타당한 사업재편 계획이 제출돼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채권금융기관 공동협약을 통해 만기연장 등 유동성 지원을 검토하고, 계획 확정 전까지는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여신 회수를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정책금융도 역할을 분담한다.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보호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산업은행은 범(汎)산업 차원의 스페셜티(고부가) 전환 지원을 준비한다. 다만 권 부위원장은 “기업 스스로의 구조개편 의지가 확인돼야 자금공급이 원활해진다”고 거듭 못 박았다.

업계의 금융 노출도는 적지 않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30조원 규모로, 은행 대출과 시장성 차입이 절반씩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년 새 5대 은행의 석유화학 대출이 약 2조7000억원 늘어난 가운데, 은행권은 올해 들어선 취급을 선별적으로 관리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번 재편을 ‘산업 단위’로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LG화학·한화솔루션·한화토탈에너지스·DL케미칼·대한유화)은 연말까지 감축·전환 로드맵을 제출해야 한다. 권 부위원장은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다.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줄을 묶고 함께 얼어붙은 강을 건너면 정부가 손을 잡아주겠다. 홀로 가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향후 공동협약 세부 가이드라인과 지원 절차를 금융권과 조속히 정비하고, 재편 과정에서 협력업체·지역경제·근로자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장치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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